박노화(충청북도교육청 행정관리국장)

 단체교섭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그 결과물로 단체협약이 체결된다. 단체협약은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근로조건, 조합 활동 등의 내용을 담게 되어 근로자나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노사 양측은 단체교섭에서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심사숙고하고 세세한 문구까지 검토하며 교섭안을 낸다.
 노사가 당사자가 되어 교섭을 통해서 단체협약을 잘 체결하기 위해서는 협약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단체협약은 노사 쌍방에 대한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그 체결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벌칙 조항이 있다. 노사 모두 단체협약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단체협약이 가지는 정기성이다. 그 효력은 2년을 유효기간으로 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은 항상 기존 근로조건 보다 나은 내용의 요구안을 제시한다. 셋째, 단체협약이 가지는 쌍방성이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라는 양 당사자의 합의가 있어야 하므로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합리적인 수준을 정하는 것으로 어느 일방의 입장만을 정하여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양 당사자의 안을 가지고 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단체협약이 가지는 특징의 중요성에 따라 간혹 노동조합은 기득권 유지나 조합의 세력 강화, 조합원들의 결집을 목적으로 교섭대상이 아닌 사용자의 인사·경영사항 등 사용자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당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대체로 수용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교섭이 난항을 겪게 되고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노동조합은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는 등 다양한 수단으로 사용자를 압박하기도 한다.
 단체교섭은 상호 차이를 인정하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을 통해 그 공동 목표인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진행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이 무너지는 교섭은 자칫 노사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노사 당사자는 당장 서로의 이익을 위해 그 선을 넘기 보다는 단체교섭의 본질에 맞게 그 정도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당사자가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교섭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힘이 들더라도 스스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드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충청북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의 단체교섭에서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상호 양보와 협상을 통해서 지난 5월 22일 교육감과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참석한 본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실무교섭이 정례적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이는 최근에 일어난 교섭의 한쪽 당사자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교섭이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교섭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특정 교원단체까지 연대하여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 왜곡된 주장을 하고 학교급식 조리원들의 파업 등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것은 위법·부당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방기곡경’(芳岐曲徑)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일을 순리대로 하지 않고 옳지 않은 방법을 써서 억지로 함을 이르는 말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목표를 이루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노사 당사자의 단체교섭이라는 과정도 이처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무쪼록 어렵게 합의한 교섭기회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잘 진행시켜 나감으로써 노사가 상생하는 단체협약이 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