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국익을 우선해야

국회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8월 15일까지 45일간 여야는 그동안 날선 공방을 벌여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 지시 의혹 및 국정원 여직원 등의 댓글 관련 등 선거개입 의혹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직권남용 의혹 및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키워드 확대 등 수사관련 의혹 △전·현직 국정원 직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 관련 의혹과 비밀누설 의혹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사상 초유의 국정원 국정조사를 계기로 이런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우선적으로 규명되길 기대한다.
국정원은 국가안보 수호와 국익증진을 위해 일하는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안보 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국익 차원에서 그 역할이 점차 확대·조정돼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국가 안위와 관련해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국정원을 상대로 처음 실시되는 국정조사인 만큼 여느 국조처럼 정치공방의 장(場)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국정원을 정쟁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으려면 여야가 할 일은 명약관화하다. 국정원이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선거와 정치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원 전 원장이 이를 불법적으로 지시한 일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새누리당측 주장대로 국정원 직원들이 야당에 기밀을 흘린 사실이 있는지,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해 인권을 침해한 일이 있는지 등도 사실관계에 근거해 엄정하게 가려내야 한다. 이를 통해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둘러싼 시비가 더 이상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보기관의 수장이 정권의 임기가 끝나면 당국의 수사를 받는 치욕의 역사도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정보기관이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시급하다.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만 쳐다보고 국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을 바로 세우는 개혁의 요체도 여기에 주안점이 두어져야 한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기웃거리고 정치판에 뛰어들 때는 이미 지났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정원 국내 정치 파트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런 점에서 새겨들을 만하다고 본다.
정치권이 국정원 국정조사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긴다면 이보다 더 큰 실책은 없을 것이다. 여야는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그동안 의혹이 제기된 고질적인 병폐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정원이 더 이상 국내 정치에 곁눈질하지 않고 국가안보와 영토보호, 산업과 정보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여야는 바야흐로 본격적인 국정원 개혁을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 국정원의 개혁에 시동을 건다는 엄숙한 자세로 국정조사에 임하길 바란다. 여든 야든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국정조사를 정치 공방의 무대로 삼는다면 국민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나라의 미래와 국익만 바라보고 국정조사에 임해주길 정치권에 주문한다. 그래야 국정원 개혁에 필요한 후속 입법 조치 마련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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