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충북상생연구소장


대전시와 미래부의 과학벨트 수정안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충청권 지자체간 파열음이 일고 있다
. 대전시는 거점지구와 산업단지 두 가지를 챙겨 가장 큰 혜택을 본 반면 기능지구로 포함된 세종시, 청원군 등은 거점지구 내 기초과학연구원 부지를 산업단지로 조성할 경우 기능지구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거점지구의 이전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큰 세종시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시는 당초 거점지구인 대전시 신동·둔곡 거점지구와 불과 12.9떨어진 세종시 동남부권 지역에 대학 및 연구기관,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첨단의료복지단지 조성을 추진해왔는데 기초과학연구원 등 핵심 기능이 대전도심(엑스포과학공원)으로 옮겨가면서 후광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충북도도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이 옮겨가고 산업단지마저 거점지구에 조성되면 청원군 일부지역이 담당할 기능지구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애당초 기능지구 지정 자체가 별로 기대할 것이 없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대전의 거점지구 계획의 변경이 우리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쟁점화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과학비즈니스벨트 법안 통과과정과 그 이후 보여 주었던 모습을 되돌아보면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려고 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행동이다. 잘 알다시피 지난 MB정부 하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법안이 상당 기간 표류한 이유는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의 지역을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은 것과 기능지구의 역할이 매우 미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우선 법을 통과 시킨 뒤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자고 주장해 법이 통과되었는데 지역, 특히 충북에서 반발이 크자 이 지역 모의원이 과학벨트 원안을 유지하는 선에서 기능지구에도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벨트 특별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으나 동 법률안은 그 이후 소관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형편이다. 정말 관심이 컸다면 그 이후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단체장들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왔을 때 기능지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보잘 것 없어 사실상 거점지구로 지정된 대전의 들러리를 선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왜냐하면 과학벨트 총 사업비 51700억 원 중 거점지구에는 48660억 원이 투자되는 반면 세종 등 기능지구 3곳에는 5년간 3040억 원 밖에 지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세종시 등 기능지구는 정부의 투자와 기능지구 위상강화를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지구 지정을 대단한 업적인양 자랑했던 분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충청권 공조가 말은 참 좋다. 그런데 이번처럼 대전시가 공조 약속을 깨고 다른 지자체와 협의 없이 과기벨트 내용을 변경한 것에 대해 충청권 공조를 부르짖던 단체장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대전시장이 저지른 일을 놓고 왜 정치적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제 충청권 공조라는 정치적 수사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충북의 경우 충청권 공조를 할 때마다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 도의 현안에 대해 대전, 충남, 세종시가 배려를 해 준 것이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때 대전과 천안이 경쟁 상대였다. 오송이 경쟁력이 더 있었는데도 양보하지 않고 첨복단지도 과기벨트도 유치하려고 했던 곳이 대전이다. 만약 그 당시 대전이 첨복단지 유치를 포기하고 우리 오송과 협력했다면 대구와 일부 기능을 나누지 않아도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각 단체장 입장에서 충청권공조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다른 지역에 자신들의 사업을 양보할 단체장은 없다. 그러나 더 큰 시야에서 보면 서로 공조해 협력할 때 서로 경쟁하는 것 보다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 형식적인 레토릭이 아닌 진정한 공조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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