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측 "코드 맞춘 것"…감사원 "정치의도 없다" - 국회 감사결과 보고청취…정치이슈 변질 가능성도

감사원의 지난 3차례에 걸친 4대강 감사가 매번 다른 결과를 내놔 감사결과의 '순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한 것이라는 감사원의 10일 감사 결과를 놓고 '코드감사' 의혹까지 나온다. 정권이 바뀌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뒷북감사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주로 전임 이명박 정부 쪽 사람들이 내놓는 주장이다.

물론 감사원은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며 감사 대상과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까닭은 4대강 사업에 관한 3차례의 감사 결과가 제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11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에서는 4대강 예비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가 모두 절차대로 이행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 정권 교체를 코 앞에 둔 올해 1월 공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서는 설계 부실로 인한 보(洑)의 내구성 약화와 수질악화 우려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무더기로 지적됐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은 부실투성이였다는 결론이었다. MB정부 말기인 당시의 국토부와 환경부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정면으로 치받는 이례적인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어 10일 발표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서는 당시 MB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탓에 사실상 담합을 방조하고 유지관리 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더욱 강도높은 지적이 나왔다.

기업들의 '짬짬이' 실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감사가 '4대강은 외피만 그렇고 내용물은 대운하'라는 취지로 사업의 본령인 성격문제까지 규정하고 나서자, MB정부 측 관계자들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발끈하고 나선 상황이다.

전직 고위 청와대 참모 출신의 인사는 "앞선 4대강 감사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이렇게 나온 것은 '정치·코드감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면서 "대운하 사업을 지시한 것도 아닌데 감사원이 추론을 통해 관계가 있다고 한 것은 직무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감사원 발표 직후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는 청와대의 강경한 공식 입장이 나온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지적됐다.

그러나 3차례의 감사 대상과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점과 점검 당시의 사업 진행 상황이 계속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정치감사' 의혹 제기는 매우 부적절하다는게 감사원의 반론이다.

2010년 초 이뤄진 1차 감사는 사업 초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예방적 감사'에 중점을 뒀고, 지난해 중순 진행된 2차 감사는 주요 시설물의 안전성과 수질 관리 방법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특히 3차 감사는 4대강 사업이 끝난 뒤 건설업체들의 담합 의혹에 관한 국회의 감사 요구 등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1차 감사 때는 물부족량을 산정하는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이 수립되기 전이라 준설량과 수심이 적정하게 산정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번 담합 감사에서는 운하 추진에 지정이 없도록 4대강을 계획했다는 국토부 내부 문건을 확보하게 돼 그런 문제를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는 정치문제화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당장 여야는 11일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법사위와 국토교통위, 환경노동위 등을 조속히 가동해 감사원이 전날 발표한 4대강사업 감사 결과를 보고받기로 했다. 정치권이 감사원 감사결과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보면 4대강 사업의 본질은 가려지고 정치적 이슈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4대강 감사는 적어도 외견상 전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새정부의 '영역구분'을 분명히 하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어서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상임위의 요구로 감사원의 회의록 공개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감사원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것도 이와 맞물려 눈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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