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지도부 감사비판…감사원 "문제 드러났는데 덮으란 거냐"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놓고 거센 후폭풍이 일자 감사원이 곤혹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조차 "정치감사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나와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감사원에서 발표한 부분을 앞으로 소상하게 밝혀서 의혹이 해소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한 것을 '위안' 삼아보지만 감사원이 넘어야할 정치적 파고는 드높아 보인다.

그래서인듯 감사원은 논란 속에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객관적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내놓은 감사결과를 정치적 문제로 몰고가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의 지시로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요지의 감사 결과가 지난 10일 발표된 후 정치권의 타깃이 '이명박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감사원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현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감사원 내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은 감사 결과로 말할 뿐"이라면서도 "모든 것이 결과 보고서에 나와 있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와 진술도 확보했다. 드러난 문제점을 덮으라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특히 이번 3차 감사는 국회의 요구에 따라 입찰담합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으며, 조사 과정에서 우연히 국토교통부 담당자의 컴퓨터에서 당시 대통령실과 협의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되면서 '대운하 추진 의혹'의 결론에 이르게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이 이런 내용을 공개했을 때 정치적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감사원 입장이 난처해진다고 그것을 덮는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수심을 깊게 파고 중대형 보(洑)를 많이 설치하는 바람에 매년 천문학적 수질관리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감사원은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에서는 수자원 종합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사업 초기에 실시된 1차 감사, 시설물 안전성과 수질오염 관리에 초점을 맞춘 2차 감사, 담합 의혹에 초점을 맞춘 3차 감사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됐던 감사원의 독립성 논란이 현 정부 초기에도 이어지는 상황은 감사원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양건 감사원장은 지난 4월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유임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감사 운영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적도 있다.

감사원으로선 더욱 뼈아픈 대목은 감사위원 출신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공개발언이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지난 3차례의 감사 결과가 매번 달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체감사를 통해 왜 다른 감사 결과가 나왔는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감사원의 '셀프 검증'까지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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