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안정 위해 통합”… 총무원장 선거 앞둔 ‘3당 합당’ 분석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책모임 ‘불교광장’이 출범했다.

불교광장은 조계종 중앙종회 내 화엄회와 무량회, 무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사실상 계파 연합이다. 이날 출범으로 종회 내 과반을 차지하게 됐으며, 이를 두고 종단 안팎에서 ‘3당 합당’이란 비유도 나온다.

창립총회는 지난 11일 24개 지역 교구본사의 주지 대부분을 비롯해 130여명의 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광장은 창립 선언문에서 “소통과 화합을 화두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상생의 길을 열어 불자들과 종도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자 통합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내적으로는 승가의 화합과 안정을, 외적으로는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며 “한국불교와 종단의 본래 면목을 되찾고 그 위엄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승가의 완전한 화합과 불교의 백년대계 초석 마련 △통합과 결집을 통한 종단과 사회적 갈등 치유 △자성과 쇄신, 혁신과 변화를 토대로 한 출가 수행자 책무 충실 등을 다짐했다.

이날 총회에서 전 호계원장 법등 스님과 중앙종회 의원 종상 스님이 고문으로,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과 불교신문 사장 성직 스님, 불광사 주지 지홍 스님, 종회 의원 법보 스님이 공동대표에 선출됐다.

불교광장은 10월 10일로 예정된 34대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해 단일후보 추대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설조 스님이 일부 원로의원의 자격을 문제로 삼고, 장주 스님이 종단 고위급 인사들의 상습도박 의혹을 주장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속한 최대 계파 화엄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동대표 성문 스님은 “그동안 계파에 의한 종단 운영으로 많은 질책이 있었다”며 “계파 이익을 내려놓고 안정과 화합을 도모하고 자성과 쇄신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결집하자”고 말했다.

불교광장은 창립총회에 이어 ‘종교인 과세에 대한 불교적 관점’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박경준 동국대 평생교육원장은 “성직자를 특별한 권한을 갖는 계층으로 볼 수 없으며, 모든 노동은 신성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자와 성직자의 노동을 구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종교인 비과세는 법적 근거도 없다”면서 “종교인 과세는 세계적 추세일 뿐 아니라 사회통합 분위기 조성, 종교계의 재정 투명성 확보, 영세 성직자들의 처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기획실장 주경 스님은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근로소득세 명목의 과세는 반대한다”며 “정부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행정 절차와 인력 등 종교계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퇴휴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춰 사회구성원 의무를 다하고 공평과세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일원으로서 종단과 승가가 마땅히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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