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연, 고전도성 알루미늄 종이·섬유 제조 기술개발

휴대전화가 내장된 옷, 체온과 심장 박동수 등을 감지해 몸 상태를 알려주는 운동복 등이 곧 나올 수 있게 됐다.

전기가 흐르는 똑똑한 종이, 섬유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재료연구소 이혜문 박사와 한국과학기술원 고승환 교수는 고전도성 알루미늄 종이와 섬유 소재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기술은 화학분야 저명 학술지인 '앙케반데 케미' 7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종이나 실, 천 같은 섬유 소재에 전류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종이나 천과 같은 섬유소재는 액체 상태의 물질을 흡수하는 특성이 매우 좋아 알루미늄 입자가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 알루미늄 전구체(alh3)를 금속 잉크 용액에 담가 놓으면 표면 저항이 10mω/sq 이하인 고전도성 알루미늄 섬유전극 소재를 제조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구리 전극이나 배선 수준이다.

연구진은 종이나 실과 같은 섬유소재를 알루미늄 전구체 물질 분해를 촉진하는 촉매에 넣고 나서 10분에서 8시간 정도 알루미늄 전구체 잉크에 담가 5~250mω/sq의 전기저항을 지닌 전도성 섬유소재를 제조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종이와 천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의 섬유까지 잉크가 침투해 표면에 높은 전기전도성을 지니는 고밀도 알루미늄 나노 구조체(나노막 또는 입자)를 형성해 전기 전도성이 우수해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접힘, 휘어짐, 온도 및 습도와 같은 물리·화학적 자극에도 뛰어난 내구성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실험 전과 후의 전기저항 변화가 10% 미만으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 소재는 가위나 칼로 오리고 풀칠하고 꿰매는 등 손쉬운 과정으로 옷이나 신발, 커튼, 벽지 등 종이나 섬유에 원하는 모양의 전기 및 통신 회로, 전자파 차폐막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실내 온도 및 습도에 따라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빛을 내는 벽지 및 커튼 등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유연하고 입을 수 있는 전자소자 기술은 휘어짐, 온도, 습도 등 물리·화학적인 자극에 영향을 받지 않고 원활하게 전류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다.

기존 실리콘을 사용한 전자소재 기술은 휘어짐 및 접히는 특성이 좋지 않아 외부 압력에 의해 쉽게 부서져 유연하거나 입는 전자소자 기술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소재가 기존 니켈, 은 전도성 섬유와 비교했을 때 100배 이상 높은 전기전도성을 보이고 뛰어난 내구성, 간단한 공정과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해 첨단 섬유 전자산업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책임자인 이혜문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섬유 디스플레이 소재, 섬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방한 의류용 발열히터 섬유소재, 신체 움직임 감지 섬유 소재 등 인간 중심의 스마트한 사회를 촉진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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