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원들 '여중진의원 경찰간부 폭행' 논란에 사실관계 설명 요구 -경찰 지휘부 "사실무근" 강력 반발 '이례적'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성한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 간부들 사이에 때아닌 신경전이 오갔다. 국회의원들에게 상대적으로 '을'(乙)의 위치인 경찰청장이 강경한 어조로 의원들의 질문을 맞받는 광경이 펼쳐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5일자 한 언론의 보도에서 시작했다.

이 매체는 사정당국 관계자들을 인용, 지난달 중순 새누리당 중진인 A의원이 술자리에서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미숙하다고 질타하며 경찰청 소속 B국장(치안감)의 따귀를 때렸다고 보도했다. A의원이 "(경찰이) 남재준 국정원장보다 못하다"고 발언했다는 전언도 있었다.

민주당 등은 피감기관에 대한 여당 의원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A의원이 과거에도 폭행 등 부적절한 행위 전력자라는 점에서 의혹은 확산했다. 경찰 내부망에서도 '경찰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경찰 지휘부는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당시 술자리에 배석했다는 이성한 청장은 보도 당일인 15일 경찰청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랬으면 나부터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물리적 행위는 전혀 없었고 국정원 관련 얘기도 오간 바 없다"고 말했다.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민주당 백재현·서영교·이언주·문병호·유대운 의원은 17일 경찰청을 방문, A의원의 경찰 간부 폭행 의혹 보도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혀 줄 것을 경찰 지휘부에 요구했다.

민주당 측이 확인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지난달 17일 오후 7시께 국회 현안보고가 끝나고 새누리당 측에서 경찰 지휘부를 한 일식집으로 불렀다. 이 자리에는 A의원 등 여당 의원 3명과 민주당 의원 1명, 국회 직원 2명, 이 청장을 포함한 경찰 간부 3명 등 9명이 참석했다.

이 청장과 당시 술자리에 함께 참석한 B국장이 식당 직원에게 팁 5만원을 주고 선약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뜨려는 과정에서 A의원이 불쾌감을 느껴 고성이 오갔다는 것이 민주당 측 설명이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맞섰다.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B국장은 "내 행위를 A의원이 건방지다고 생각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나도 인격이 있는 사람이다. 거리상으로 그런 (폭력) 행위가 불가능했고 나도 모욕적인 말은 듣고 싶지 않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한 매체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청장은 "국회의원이 경찰 간부를 폭행하면 문제가 되지만 그런 일이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더라도 그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고 국회가 조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폐쇄회로(CC)TV가 있다면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다.

양측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상대방 발언 도중 서로 말을 자르는가 하면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도 연출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 사회가 서로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서로 비판도 하는 것이지 힘있는 기관이 피감기관을 질타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억압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며 "경찰의 고충을 들으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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