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교수(영동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금세기는 새로운 종류의 계획의 시대이다. 이전과는 다른 어떤 힘이 현대도시를 태동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일  것이다. 이제까지 모든 지역에서 기업의 도시가 성쇠해 온 것처럼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환경의 변화는 이제 도시의 운명을 다시 방향지우고 있다.

20세기 후반 정보기술과 정보처리 활동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밀한 기술조직 체계로 수렴해가는 새로운 정보화된 도시 발전양식이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력은 이윤율을 증가시키고 국제화를 가속시키며 정부의 새로운 정책의제를 발생시켜왔다.

그 결과 도시는 혁신적 도시환경에 정보산업이 고도로 집중되는 뚜렷한 공간적 분업을 나타내고 있다. 혁신적 환경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원동력이다. 고위 의사결정을 요하는 활동은 점차 집중되어 왔고, 반면 그 외 활동들은 국지적으로 주요 대도시지역내에서 분산되거나 더욱 광범위하게 세계경제 도처로 분산되기도 한다. 대체로 제조업은 과거의 도시산업중심지에서 흩어져 나가고 사무활동도 국지적으로 분산되지만, 급격히 성장한 국제금융활동이나 거래 서비스 활동은 몇몇 도시로 점점 집중된다. 공장, 사무실, 판매시설 등의 지리적 분산과 금융서비스 산업의 구조조정은 관리 및 규제가 주요 도시에 집중될 필요를 낳아 왔다. 도시들은 혁신적 서비스 생산을 위한 핵심입지로 대두되고 있다.

흔히 세계화라고 표현되는 새로운 분업이 국제적 규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재화나 서비스 이동의 장벽을 낮추거나 제거하는 것도 이 일환이다. 고도의 통신서비스가 발달함에 따라 즉각적으로 정보의 세계적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비용은 절감되고 기존 거리의 장벽은 허물어 졌다. 특수한 정보가 교환되고 공유되는 주요 도시의 매력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세계의 디지털화와 관련되어 무엇이 도시경제를 다시 회복시킬 것인가? 금융서비스가 다음 번에는 기초적인 원동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대신 그 역할은 예술, 문화, 오락, 교육 및 보건서비스나 관광 등 새로운 부문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이 창조적인 작업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멀티미디어, 교육과 오락의 새로운 결합, 가상현실 등 이 모두는 정보의 총체적 디지털화와 방송, 컴퓨터, 원거리 통신 등 이전에는 나뉘어져 있던 기술들의 융합을 통해 가능해 질 것이다.

계획가들에 있어 중대한 관심사는 이러한 정보기술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다. 정보의 흐름이 거리의 종말을 이끌게 되고 결국에는 도시의 필요성을 없앨 것이라는 것이다. 적절한 디지털 접속이 가능하기만 하면 어느 누구나 장소에 관계없이 원하는 모든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경험 자체는 다소 다른 결론을 보여주었다. 신산업분야는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산업도시에서 성장했다. 그들 산업들은 다른 모든 창조적 활동과 마찬가지로 산업간 상호작용이나 네트워킹, 일정정도의 사람들의 모임에 의존하며, 이러한 것들은 다른 어느 곳보다 도시들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새로운 활동들이 대면접촉을 필요로 하는 의사소통을 대체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그것에 의존했고 나아가 그 필요성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새로운 멀티미디어 산업의 신설 기업들은 저임대료의 공간을 필요로 했고, 그러한 입지는 도심상업지역의 고층빌딩군 사이의 틈새에서 찾을 수 있다. 정보산업과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능력, 전문적 지식과 그 교육 등이 경제와 사회, 그리고 도시의 분극화를 심화시킬 것인가? 멀티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정보산업과 예술활동이 도시의 분열을 일으킬지, 통합의 촉매제가 될지, 도시의 미래 전체가 그 판정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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