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9일 제천시 왕암동에 바이오밸리를 조성하면서 설치된 지하 20m, 매립용량 17만3580㎥ 규모의 ‘지정·일반폐기물매립장’.충북 제천시 왕암동 1산업단지 내 폐기물매립장이 ‘골칫덩어리’다.
지난해 12월 폭설로 에어돔이 무너졌으나 수개월 째 해결 기미기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체 측은 금전 문제 등을 핑계로 복구에 나서지 않고 제천시와 원주지방환경청도 2억원에 달하는 복구비용과 함께 복구 이후 유지관리 비용, 관리 효율성 등을 이유로  손을 놓은 상태다.
또 매립이 사실상 끝나면서 사후관리 등 문제가 몇 년째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동양일보는 제천 폐기물매립장에 대한 현황과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 근본적인 대책방안 등에 대해 알아봤다.

●현황
에어돔이 붕괴되면서 무더위와 장마철에 침출수와 악취 발생이 우려된다. 현재 배수 작업을 추진 중인 제천시는 8000여만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폐기물매립장 주변 배수로 정비와 배수펌프 추가 설치, 에어돔 보수 등의 작업을 추진 중이다.제천시와 원주지방환경청은 2006년 1월 9일 제천시 왕암동에 바이오밸리를 조성하면서 지하 20m, 매립용량 17만3580㎥ 규모의 지정·일반폐기물매립장 설치를 허가했다.
바이오밸리 입주기업이 배출하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조성됐으나 외지 폐기물이 무분별하게 반입되면서 2년여 만에 포화상태가 되자 시 등은 2008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매립장의 매립용량을 25만9458㎥(매립고 22.51m)로 늘려줬다.
이 폐기물매립장은 이전 사업주의 부도로 법원 경매에 붙여지면서 지난 2011년 4월 22일 미래저축은행에서 설립한 현 사업자 (주)에너지드림(55억원 낙찰)이 새 소유주가 됐다.
그러나 남아있는 매립고가 0.4m(2만1517㎥)에 불과한데다 원주지방환경청의 행정처분으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영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하수 배제정 오염 등 매립시설 설치 및 관리기준 미준수와 에어돔 원상복구 등 현재까지 개선명령·영업정지(3회), 고발조치(2회) 등을 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사업자는 지난 3월 22일과 5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침출수 하수처리장 무상 연계 처리와 매립용량 10m 승고 등 요구조건을 받아주지 않으면 투자를 거부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했다.

●두 차례 붕괴
지난 2006년 1월 지정폐기물의 매립을 시작한 이 매립장은 같은 해 7월 16일 장마때 산사태로 매립장 외부 에어돔이 붕괴되면서 2만t의 빗물이 매립장으로 유입됐다. 이때 발생한 악취로 민원이 들끓었다.
시와 민간사업자는 침출수를 퍼내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으나 처리된 양은 일부에 불과해 논란을 계속되고 있다.
시는 이 폐기물매립장 속에 8만t의 침출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새벽, 지속적으로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또다시 에어돔이 무너져 내렸다.
눈과 비의 유입, 악취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던 에어돔이 붕괴되면서 무더위와 장마철에 침출수와 악취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2006년 산사태 사고가 발생했던 매립장 북측 골짜기 우수가 현재의 우수로를 범람해 무너진 에어돔 위로 유입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침출수량이 증가하게 되면 남한강 상류인 충주호로 오염원이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기온상승으로 침출수 증발량 증가와 매립장내 공기가 팽창해 악취 증가가 우려되고, 악취 발생과 환경피해로 우려로 주변 지역주민 및 다수시민 민원 발생이 예상된다.
하지만 업체는 무너진 에어돔 복구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물론 지난 3월 말 상주 직원 2명(전기기사, 환경기술인력)을 퇴사시켰으며, 전기료 체납으로 매립시설 전기공급도 중단됐다.
제천시의회가 지난 5월 방치되고 있는 폐기물매립장 폐쇄를 환경부에 건의했으며, 제천시도 원주지방환경청과 수차례 대책회의를 진행했지만 뾰족한 묘책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폐기물 중에는 폐유·폐산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거나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 포함돼 조속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올 여름 갑작스런 폭우로 폐기물 침출수가 넘쳐날 수 있고 이 침출수가 14만명의 제천시민의 젖줄이자 수도권 상수원인 남한강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우선 비가 스며들어 침출수와 악취를 발생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4000만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해 우수 펌프와 전기시설을 갖췄다. 또 순찰팀 등을 꾸려 환경오염을 감시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에 요청한 정부 차원의 장마철 응급복구대책 마련은 예산확보 등이 쉽지 않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해당기관들은 애를 태우고 있지만 정작 업체는 느긋하기만 하다.
매립장 사후관리 예치금으로 38억원을 원주지방환경청에 납부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납입금은 7억9000만원(20%)에 불과하다.
시는 우선 이 업체가 낸 예치금만이라도 긴급 복구자금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환경부 법률 자문 결과 시설폐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유해가스·침출수 유출 징후
이 폐기물매립장에 가스분출 우려와 침출수 배출 가능성이 제기돼 관련 대책이 시급한 상태다.
매립장 전문가와 환경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무너진 에어돔 일부가 부풀어 올라 매립장 내 가스 분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수 있다.
이는 매립장의 가스포집관 기능이 상실되면서 내부에 발생한 독성 가스가 외부로 분출되는 과정이다. 기온 상승에 따라 가스 분출량은 증가하게 되며 내부 폭발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현장에 설치된 지하수 집수정을 확인한 결과 악취와 더불어 침출수로 여겨지는 폐수가 가득 찬 것이 목격됐다.
이에 따라 원주지방환경청은 에어돔 원상복구와 함께 침출수 처리시설 설치 명령을 했으나 해당 업체 측은 비용 문제 등을 들며 이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였다.

●현 상태 유지…후속대책 마련
제천시는 원주지방환경청과 함께 이 에어돔을 재건할 계획이었으나 방침을 바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관리키로 했다.
이규만 원주지방환경청장과 최명현 제천시장은 지난 5월 23일 1억2000만~1억3000만원인 복구비용을 6대 4로 분담해 장마철 전에 에어돔을 재건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제천시는 지난달 붕괴 상태를 유지키로 방침을 바꿨다.
시는 연간 2억원에 달하는 복구 이후 에어돔 유지관리 비용과 폐기물매립장 관리 효율성 등을 들어 현 상태를 유지하며 후속대책을 마련키로 결정했다.
현재 배수 작업을 추진 중인 시는 8000여만원의 예비비를 추가 편성해 폐기물매립장 주변 배수로 정비와 배수펌프 추가 설치, 에어돔 보수 등의 작업을 추진 중이다.
시가 에어돔 복구를 포기한 것은 유지관리 비용도 부담이지만 또 붕괴될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에어돔을 보수해 재건한다고 해도 노후화한 상태여서 얼마 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시 붕괴하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에어돔의 폐기물매립장 전체를 덮고 있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에어돔 복구가 시각적 효과는 있겠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 시의 판단”이라며 “우선 장마철 빗물 유입차단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어돔을 복구한다고 해도 폐기물매립장과 에어돔 소유자인 (주)에너지드림이 시설 사용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시의 직접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에어돔 재건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청은 에어돔 원상복구와 침출수 처리시설 설치 등을 사업자 측에 명령했으나 해당 업체는 비용 문제 등을 들며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사후관리보증금 미납
제천 폐기물매립장을 비롯해 전국 지정폐기물매립장 38곳 가운데 70% 이상이 사후관리이행보증금을 완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관리이행보증금은 사용 종료된 폐기물매립장의 침출수 처리시설 유지 관리 등 사후관리를 강제하기 위해 환경당국에 예치하도록 한 돈이다. 매립용량과 사후관리 기간 등을 근거로 산출한다.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사후관리이행보증금을 완납한 지정폐기물매립장은 9곳에 불과하다.
사후관리이행보증금 납부가 면제되거나 납부대상이 아닌 공공기관 소유 지정폐기물매립장 등 6곳을 제외한 23곳의 민간 지정폐기물매립장이 의무 납부액을 완납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미납 폐기물매립장 상당수가 사전 적립을 진행 중이거나 매립을 완료했을 때 완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은 폐기물매립장 사용을 완료하기 전까지 사후관리이행보증금을 분납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보증금은 폐기물매립장 폐쇄신고 후 사업자가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관계 기관 등이 직권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후관리이행보증금을 완납하지 않은 채 매립을 완료한 사업장은 3곳이나 됐다. 비용과 절차상 문제로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으나 사업자에 대한 시정명령과 고발 등의 조치만 반복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6년 사용이 끝난 경기 지역의 H매립장 사업자는 사후관리 소홀 등으로 17번이나 고발을 당했다. 시정명령도 22차례나 내려지는 등 애물단지가 됐다.
이 업체는 의무납부액 14억9199만1510원 중 8억8000만원만 내고 6억8399만1510원을 미납한 상태다.
제천 폐기물매립장의 사업자인 (주)에너지드림의 경우 의무납부액 38억4147만8830원 가운데 현재 7억9178만1570원을 납부하고 30억4969만7260원을 미납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후이행관리보증금 납부시기를 조정하고 사용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증금 완납시기를 매립률 50~80% 이전으로 강화하거나 반입 폐기물량에 따라 실시간으로 납부토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매립시설 폐쇄 이전이라도 사업자가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환경 피해가 우려되면 보증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폐기물 영업구역 제한 추진
지정폐기물매립장의 영업구역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새누리당 송광호(제천·단양) 국회의원은 지난 5일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무분별한 폐기물 반입으로 매립장이 조기 포화하는 사례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개정안은 법 27조 7항 ‘영업구역을 제한하는 조건은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업에 대해 붙일 수 있다’를 ‘영업구역을 제한하는 조건은 생활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의 수집·운반반에 대해 붙일 수 있다’로 고쳤다.
그동안 생활폐기물매립장만 소재지 시·군·구 내의 것만 받도록 제한했으나 이를 지정폐기물로 확대한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면 영업구역 제한이 없었던 지정폐기물매립장도 앞으로는 산업단지 등의 소재한 시·군·구 등 일정지역 내에서 발생한 폐기물만 받을 수 있게 된다.
산업단지 등에 설치하는 지정폐기물매립장은 매립연한이 보통 수십 년으로 설정되지만 영업제구역 제한을 받지 않아 불과 수년 만에 매립용량을 모두 채우고 문을 닫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송 의원은 “지정폐기물매립장은 지역주민 혐오시설이지만, 전국의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지정폐기물까지 처리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정폐기물도 생활폐기물처럼 영업구역을 제한해 폐기물이 나온 지역 내에서 해당 폐기물을 처리토록 하는 원인자부담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지정폐기물매립장은 38곳이며, 충청권은 11곳 가운데 충남 서산과 당진 부곡·고대, 세종 연동, 대전 대덕 등 5곳은 사용이 종료됐고, 충남 아산(3곳), 당진, 충주, 제천 등 6곳은 운영 중이다.
<제천/장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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