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관석 음성지역 담당 부국장

음성군 지역에는 한중 FTA를 반대한다는 농민단체가 내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예전 한미 FTA 추진할 때 여러 시민단체가 반대한 것에 비하면 일반 주민들은 한중 FTA를 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따라 한중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급진전하고 있다.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양국은 경제 분야의 교역이 확대됐다.
FTA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구체화 됐다.
한중 FTA는 한미 FTA 협상 때와 달리 반대가 심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농민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은 분명하다.
물론 FTA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슬럼프에 빠진 우리 경제를 도약시켜줄 좋은 기회를 FTA가 제공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중 FTA는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고 값싼 중국 농수산물 개방으로 농어민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우려에도 한중 FTA는 장강의 물결처럼 도도하게 흘러가면서 대세가 되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시 국내총생산(GDP)은 2.3% (17조9000억원) 증가하고, 제조업에서 26억달러의 무역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관세 혜택으로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공산품 수출이 늘어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중국산 제품을 지금보다 더 싼 값에 살 수 있다.
정부는 한중 FTA 발효 후 10년 뒤엔 국내총생산(GDP)이 최고 3.04% 높아지고 33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GDP의 0.26∼0.91%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어 아예 수혜산업이 없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와 기계류, 전자가전, 석유화학, 철강 등이 비교 우위 업종이다.
자동차는 국내 관세율이 평균 8%인데 반해 중국의 기본 관세율은 25%에 달해 한중 FTA 최대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반면 농수축산업 분야의 경우 지금도 수입이 수출보다 4배 많은데 관세까지 폐지되면 수입이 크게 증가해 농가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중 FTA 발효 후 10년간 과일은 10억2000만 달러, 채소는 9억 달러 정도 생산량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산업 분야의 피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의 경우, 한 두 시간이면 배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어업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근해어업 종사자 대부분이 생계형 어민이어서 중국의 인해전술식 수출에 대항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또한 FTA로 관세가 철폐돼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늘면, 한미 FTA,한EU FTA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농산물 중에서도 쌀을 비롯한 파, 마늘, 고추 등 양념 채소류의 피해는 명약관화하다.
채소의 경우, 중국에서 서울까지 반나절이면 공수가 가능하지만 국산과 가격의 차이는 엄청나기 때문에 피해를 추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경제난으로 소비자들이 외면하던 중국산을 찾고 있는데다 가격마저 경쟁이 안되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는 없는게 현실이다.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로 국내 농업생산은 최대 14.7%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강력한 요구에도 우리가 한중 FTA를 꺼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농업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음성 청결고추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고추의 경우 가격차가 최대 15배에 이르고 품종과 품질이 비슷해 관세가 철폐되면 판로에 대한 엄청난 충격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중국산 농산물은 국내산의 5분의1 값에 불과하다.
일부 농축산물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도 대부분 농가가 치명상을 피할 수 없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다)
 중국인들이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신진허가 현상을 추구할 때 즐겨 인용하는 고사다.
한중 FTA가 앞 물결인 중국산 농산물이 뒷물결인 우리나라 농산물을 밀어내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장강후랑추전랑’의 고사를 그대로 증명할 것이다.
한국의 농수산물 관세가 높은 편인데도 중국산은 이미 싼 가격과 엄청난 물량으로 한국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국산의 10% 정도 되는 가격으로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국산 농산물에 우리의 농업은 망해갈 것이다.
농업은 산업과 국제경쟁의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하찮은 산업이 절대 아니다.
우리 농업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먹 거리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다른 산업의 발전을 위해 생명산업인 농업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을 포기하고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중 FTA는 우리나라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협상전략을 가지고 농업을 지키는 대안이 선행된 후 추진돼야 한다.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세이프가드를 도입해서라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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