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한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서 고등학생 5명이 급류에 휩쓸려 참변을 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채 교관의 지시에 따라 바다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변을 당하고 말았다.
학생이 개별적으로 참가한 캠프도 아니고 학교 차원에서 2학년 학생 198명이 사흘 일정으로 참여한 행사였다.
아무리 정신력을 강화하고 체력을 단련시킨다는 목적이라 해도 학교 단체 행사를 어떻게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얼빠진 어른들 때문에 아까운 청춘들이 삶의 꽃도 피워보지 못한채 목숨을 잃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드러나는 사고 경위를 보면 해도 너무한 안전불감증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우선 훈련 캠프가 차려진 백사장 해수욕장 앞바다는 물살이 거세 수영이 금지된 곳이다.
노가 달린 보트를 타는 것 이외에 수영은 못하도록 해양 경찰이 계도하는 해역이다.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청소년 캠프를 이런 곳에 설치하다니 위험을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이 위험한 바다에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가슴 깊이까지 들어갔다 파도에 휩쓸린 것이다.
학생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데도 교관은 적극적인 구조 작업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경 신고가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교사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뒤늦게 나타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구명조끼도 없이 학생들을 바다에 내몬 것은 살인행위'라고 절규했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이 '살인행위'라 해도 변명하기 어려운 어처구니 없는 사고다.
사고를 낸 사설 해병대 캠프는 설립된지 1년도 안된 신생업체로 해병대 출신 강사들을 고용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관리 요원과 비상구조선도 부족했고, 일부 교관은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해병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면서도 해병대를 내세워 캠프 영업을 하는 것이 문제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더욱 중요한 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다.
이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와 함께 상식적인 안전 수칙만 지켰어도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였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잇따른 참사에서 드러난 안전의식은 까마득한 후진국 수준이다.
부끄러울 정도로 심각한 안전 불감증을 이제는 정말 뜯어고칠 때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더 큰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의식을 시급히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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