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두(청주 봉명고 교사)


첫 걸음.
첫 출근.
첫 마음.
‘첫’이라는 단어는 그 뒤에 어떤 의미가 오든지 우리에게 막연한 설렘과 두근거림을 선사해준다. 
교직이라는 곳을 짧으나마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주었던 교육실습생 시절은 내게 학교라는 곳이 꼭 다시 돌아올 만큼 강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 매력을 원동력으로나마 힘들었던 임용 재수생 시절을 이겨내곤 했다. 평생 월급의 반 만 줘도 좋으니 합격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든지 평생 산골 오지 학교에서 근무해도 좋으니 출근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어린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무작정 꿈을 키워나가던 시절이었다. 헌데 지금의 나는 어느새 불평이 많아지고 불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청주 시내 중학교로 발령받던 4년 전.
아이들도 낯설었지만, 처음 해보는 사회 생활이다보니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해 실수를 연발하곤 했었다. 수업 시간은 물론 학급 경영이나 생활 지도에 있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임해야 함에도 단순하고 즉각적인 판단에 의한 근시안적인 교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나의 당시 하루 목표는 복도에서 학생이 나를 마주쳤을 때 최소한 도망가지 않고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학생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헌데 지금의 나는 학급 경영이나 생활 지도에 있어 확고한 기준은 생겼을지언정 내가 먼저 학생들에게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는지 반성해본다.
초심. 첫 마음. 항상 초심을 기억하자.
어느덧 교직에 입문한 지 4년이 다 되어간다. 나는 그동안 정말 부끄럽지 않은 교사였는지 반문해본다. 최소한 내가 세웠던 첫 마음을 지켜나갔는지 되새겨본다. 월급의 반만 받아도 좋다던, 산골 오지에서 평생 근무해도 좋다던 사범대학생은 지금 내 마음 어느 편에 있는지 찾아본다. 내게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학생들을 만들자던 초임 교사는 지금 내 마음 어느 구석에 있는지 찾아본다.
 이런 2급 정교사인 내게 부끄럽게도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할 기회가 벌써 주어졌다. 연수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생각해보아야겠다. 그리고 지금 막상 기억나지 않는 나의 교사로서의 초심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연수로 삼아야겠다.
문득 생각해보니 이제 수능이 이제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자신들의 올해 첫 마음을 기억하고 있을까? 비장한 고3 프로젝트를 짜놓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던 아이들….
이제는 정말 공부할 거라며 졸업식날 멋진 대학 합격증을 들고 찾아오겠다던 아이들의 불타는 눈동자가 눈에 선하다.
 우리 모두 초심의 눈동자를 다시 기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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