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비소에 오염된 쌀을 섭취하면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과 인도 화학생물학연구소는 서벵갈 지역의 주민 41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네이처 그룹이 발행하는 전문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합동연구팀은 조사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평소 생활습관과 하루 섭취하는 쌀의 양을 조사하는 한편 조리한 밥과 소변 샘플에서 채취한 세포들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대상 주민은 3개의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있었으나 비슷한 식습관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식수를 통해서는 비소에 적게 노출돼 있었다.

연구팀은 ㎏당 200㎍(마이크로그램) 이상의 비소에 오염된 쌀을 섭취하는 주민들이 이보다 적은 양의 비소에 오염된 쌀을 섭취하는 주민들에 비해 암 발병과 연관성이 높은 소핵(micronuclei)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남녀 성차이 및 흡연여부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비소 농도가 높은 논에서 생산하는 쌀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고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수억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중국, 방글라데시, 일본, 파키스탄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된 쌀의 상당한 부분에서 kg당 200㎍이상의 비소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맨체스터 대학의 데이비드 폴야 교수는 "비소로 오염된 쌀에 대한 우려는 지적돼 왔으나 오염된 쌀과 유전자 손상의 관계를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도측의 아쇼크 기리 수석연구원은 비소에 장기적으로 노출됐을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레스터 소재 드몽포르 대학의 파르베즈 해리스 교수는 규제 당국이 판매 쌀에 비소 오염도를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들이 정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파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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