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 육박하는 다국적 타선 중반 들어 승승장구

반 시즌 간의 긴 침묵의 시간을 거친 뒤 폭발한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타선이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

톱 타자 칼 크로퍼드가 안타를 연신 날려대자 중심 타자 핸리 라미레스, 앤드리 이시어를 거쳐 하위 타선의 A.J.엘리스와 스킵 슈마커까지 한꺼번에 불이 붙었다.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14-5로 대파한 다저스 타선은 전반기에 물먹은 솜처럼 무기력하게 침묵하던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털어내고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첫 달 월간 MVP와 신인왕을 석권할 정도로 승승장구한 야시엘 푸이그의 열기는 사그라졌지만 '천재' 핸리 라미레스가 무섭게 치고 올라와 다저스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이날 시즌 19번째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제구가 흔들려 5⅓이닝 동안 4실점 하면서도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투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홈런, 16안타로 14점을 뽑아낸 타선 덕분에 류현진은 후반기 첫 등판에서 8승(3패)째를 거둬들였다.

라미레스는 '4번 타자'로서의 위용을 뽐내며 이날도 5타수 2안타, 볼넷 1개, 2득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7회초 무사 1루에서 날카로운 좌선상 2루타를 날리며 7회에만 4점을 얻는 데 앞장섰다.

올 시즌 두 번의 부상으로 부침이 많았던 라미레스는 6월 초 합류하자마자 4할대에 육박하는 타율과 7할이 넘는 장타율을 자랑하며 다저스 타선 전체를 흔들어놨다.

푸이그 또한 이날 5타수 1안타로 1타점을 추가하고 8회말 J.P. 아렌시비아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는 등 공수에서 제 몫을 다했다.

비록 앞선 타자들이 득점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이날 승리의 수훈갑은 승기를 잡는 홈런을 쏘아 올린 6번 타자 A.J. 엘리스와 쐐기 홈런을 날린 7번 타자 스킵 슈마커다.

A.J. 엘리스는 2회초 무사 2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가뿐히 넘기는 홈런포로 선취점을 올렸다.

이 득점이 도화선이 된 듯 다저스 타선은 타자일순하며 2회에만 4점을 폭발해 승기를 잡았다.

엘리스는 이후에도 3개의 안타를 날리며 총 5타점을 책임졌다.

올 시즌 주로 대타로 경기에 나선 슈마커 또한 후반기 들어 처음 선발로 나선 이날 7회초 3점짜리 아치를 그리며 다저스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올해 마수걸이이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후 첫 홈런이다.

중심 타선이 타점을 올리지 못하면 하위 타선에서 장타를 날려대며 중심 타선의 몫까지 하는 것 또한 그동안 다저스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한창 뜨거운 라미레스, 이시어 등 중심 타선이 출루하더라도 하위 타선에서 터지지 않았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서 하위 타선들의 한 방은 이날 승리에 결정적이었다.

다저스 호화 타선의 몸값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곤살레스(약 240억원), 칼 크로퍼드·켐프(이상 228억원), 이시어(154억원), 우리베(91억원), 푸이그(42억원) 등 현재 중심 타자들의 연봉만 합쳐도 983억원으로 1000억원에 육박한다.

워낙 비싸다 보니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 호화 물타선이라는 비아냥거림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부상을 턴 선수들이 돌아오고 개인마다 저력을 발휘하며 부쩍 힘을 내는 모양새다.

전체 타율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득점권 타율이 떨어져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던 득점력도 많이 개선됐다.

응집력이 살아나 득점 찬스를 제대로 살리는 상황이 이어지자 꼴찌였던 지구 순위는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솟았다.

아시아·중남미 선수들에게 일찍 문호를 개방한 팀답게 쿠바(푸이그), 멕시코(곤살레스는 미국·멕시코 이중국적), 도미니카공화국(우리베·라미레스), 미국(켐프·이시어·크로퍼드) 출신 다국적 선수들이 용광로에서 잘 어우러진 모습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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