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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身言書判)
신언서판(身言書判)
  • 동양일보
  • 승인 2013.07.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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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애 충북대 교수

당서(唐書)에 나오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요직의 관리로 적당한 인물을 선택할 때 사용하는 네 가지 조건이었다. 사람의 신체적 외모, 언변, 문필, 판단력을 두루 갖춘 사람을 으뜸으로 여겼다.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이 기준은 요즘 입시나 채용에 있어서의 평가요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최적의 인물을 선정할 때 용모와 언변을 평가하기 위해 직접 대면하는 구두 면접을 실시한다.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문장 표현력을 예측하고 질문에 대한 응답을 들으며 상황 판단력을 평가하고 있다.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그 사람의 외모는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 정도 밖에 되지 않고 4분 정도면 충분하다고도 한다. 체격, 표정, 자세 등으로 보여주는 용모에서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과 같은 내면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키가 큰 남자나 외모가 뛰어난 여자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소득이 높고 성공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외모가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임을 잘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의복이나 메이크업을 활용하여 인상관리를 하고 심지어는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위장하기도 한다. 외모가 좋은 사람에게는 자연히 호감을 가지게 되지만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성형을 해서라도 어렵지 않게 훌륭한 외모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외모를 가졌다고 그리 부러워할 일도 아니다. 이목구비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대신 매일 거울 앞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맑고 총명한 눈빛과 밝은 표정을 짓는 연습을 가장 손쉬운 인상관리 방법으로 권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과 부작용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정직하고 선량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서 풍겨나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언변은 말하는 사람의 표현 능력과 성품이나 성격을 드러낸다. 생각이나 주장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말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잘 설득할 수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을 통해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상대를 감화시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은 사회생활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다. 말씨를 보면 그 사람의 교양이나 지식 수준도 가늠할 수 있다. 최근 거칠고 공격적인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를 넘는 막말 공방이 살인으로 까지 비화된 경우를 보면 정말 개탄스럽다. 언변이 부족한 결과 끔찍한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듣기 거북한 막말 논쟁을 보면, 듣는 사람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막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표현능력이 부족함을 자인하는 셈인데, 자신의 성품이 거칠고 공격적임을 드러내고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적당한 음성의 조리가 있고 분명한 말씨는 리더십의 기본이다.

글 솜씨는 어휘력을 나타내고, 쓰는 사람의 교양과 지식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문장력이 뛰어난 사람의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옛날
의 서
()는 글의 내용 뿐 아니라 서체를 말했다. 간결하고 힘 있는 서체를 높이 평가하였다. 컴퓨터에서 다양한 폰트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요즘은 서체보다 글의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손으로 쓴 글씨는 사람의 얼굴처럼 개인적 특징이 있어, 서체만 보아도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기계글씨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손으로 한자 한자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편지가 그리워진다.

()은 경중완급(輕重緩急), 전후좌우를 잘 살펴 치우치지 않게 결론 내리는 상황판단 능력이다.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인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소양을 겸비하면 통찰력과 종합적 사고력, 상상력,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황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 요즘 대학에서 다 전공 이수를 권장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다양한 학문적 경험은 고난과 악조건에 당면해도 문제의 본질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성취해내는 힘의 근원이 된다.

 오랜 시간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으로 신언서판을 고루 갖추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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