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중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조선시대 공무원 시험제도인 과거제도는 고려 쌍기의 건의로 시행되다가 갑오경장시 폐지 되었다. 원래 과거제도는 중국 수나라 왕 문제때부터 시행되었고 우리나라는 왕이 귀족세력을 억누르고 권력지배체제를 더욱 견고히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과거제도는 성리학적 유교질서를 구현하였고 이와 배치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조선 후기에는 과거 합격자가 많아 그리 쉽게 관직을 잡지 못해 인간관계, 친소관계를 중심으로 당파에 소속되어야 출세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동인 서인하는 당파싸움은 더욱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토요일에 실시되는 국가직 9급 공채시험에는 전국에서 20만명이 넘는 수험생이 응시한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10만 명에서 15만 명 수준이었던 응시생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취직자리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안정성이나 업무강도 등에서 다른 직종보다 좋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 해부터는 전공과목인 행정법총론이나 행정학개론 등이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이나 사회 과목으로 변경되어 자기가 원하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고졸자들의 응시기회를 넓힌 원인도 한 몫 했다고 본다. 공무원시험은 94년까지는 고졸자들의 응시나 합격자가 많았는데, 그 후 수학 사회 과학 등 고등학교 때 배운  과목을 폐지하여 대졸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래서 왠만한 공무원 시험직렬이나 직군은 거의 대졸자들로 채워졌다. 이와 같이 학력인플레로 인해 대졸자가 9급 공무원으로 간다 해도 창의적인 업무보다는 기능적 사무, 잡무, 대민업무에 종사하여 고급인력의 능력을 사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험합격자들이 성적은 우수하지만 인성이나 인간성 등을 측정하지 못해 공무원으로서 공복관이나 서비스 정신이 저하되고 있고 일부는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징계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면에서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7급 지역인재채용은 지역균등발전과 지방대 출신들의 공직진출 기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시의절적하다고 본다. 지역인재는 학업성적과 품성들을 고려하여 각 대학교에서 추천하여 안전행정부에서 선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발제도는 지도교수가 제자들의 성적이나 학교활동, 성실성, 인성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추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는 지역인재합격자를 대폭 늘리고 지금과 같이 7급만 시행하지 말고 8급 9급도 이 제도를 활용하도록 손질하여야 한다.

그런데 고졸자의 공직기회 진출을 위해 선택과목에 수학 사회 등을 신설했지만 직종에 따라 선택과목의 신 ·증설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 예로 경찰관 선발 시험과목도 내년부터 고졸자의 진출을 위해 형법이나 형소법 경찰학개론의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하고 수학 사회과목을 보도록 한 것은 경찰의 수사 전문성, 경찰관의 전문지식 함양이라는 측면에서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 기초적인 형사법조차 모르는 사람을 경찰관으로 합격하는 것보다 수사 및 법 전문교양을 체득한 경찰학도를 선발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겠다.

두 번째는 지금처럼 젊은이들이 공직에만 전념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본다.

 올해 통계청의 경제할동조사를 보더라도 취업 준비생이 60만 여 명이 넘고 이 중 공무원 준비생이 30%인 19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기업에 여러 가지 인센티브와 경제활력책을 주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자면 직업과 직종의 다원주의와 인적자원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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