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철도·제2서해안고속도로 ‘경제성 부족’ 판정
예타 통과사업 우선 추진 대상…동서5축고속도 등 ‘험난’
지자체들 “배신행위” 반발…“지역 균형발전 고려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106개 지역공약을 뒷받침할 167개 공약사업에 대한 이행계획이 지난 5일 발표됐다.
하지만 지난 15일 드러난 지역공약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를 보면,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낮은 평가를 받은 몇몇 사업은 수차례 재도전에도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대선 공약에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충북공약인 ‘중부내륙선철도’ 계획 등은 대폭 수정 또는 사업추진이 불투명하다.
또 예타 등 사전 절차가 마무리된 사업이 우선 추진 대상이라는 점에서 충남·북 공통공약인 ‘동서5축 고속도로’ 등 예타를 거치지 않은 사업들도 험난이 예상된다.
동양일보는 충청권 대선공약사업과 문제가 있는 공약사업에 대해 알아보고 지자체의 반응과 대책방안을 살펴봤다.

●충청권 21대 공약 모두 반영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이행키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106개 지약공약에 대전과 충남·충북 각각 7개씩 전체 21개 사업이 모두 포함됐다.
대전지역 공약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지원 △충남도청 이전부지 개발 지원 △충청권 광역철도망 대전구간 전철화사업 조기 착공 추진 △원도심 주거환경개선사업 조기 착공 지원 △도시철도 2호선 조기 착공 및 연장선 타당성 검토 추진 △철도문화메카육성사업 지원 △회덕IC 건설 지원 등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토의 중심인 대전을 과학기술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구축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대덕 연구단지와 KAIST, 앞으로 설립될 기초과학연구원의 과학기술인력과 인프라가 대전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부흥을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한다”며 “과학벨트 거점지구의 차질 없는 조성과 기능지구와의 긴밀한 연계로 대전시를 명실 공히 과학기술 비즈니스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첨단과학과 문화예술의 융복합, 원도심 재생으로 미래 창조산업의 모범도시로 가꾸고, 대전시를 중심으로 광역도로와 철도망을 조기 구축해 충청권 중추도시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충북지역 공약은 △청주·청원 통합 적극 지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추진 △중부내륙선 철도의 복선·고속화 추진 △충북내륙 교통인프라 확충 △청주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지원 △동서5축(보령~울진) 고속도로 건설 추진 △충북 남부권 명품바이오 산림휴양밸리 조성 등이다.
박 대통령은 “청정한 산림·휴양자원의 활용과 바이오산업의 융합으로 충북도를 생명과학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충북내륙의 교통인프라를 확충하고,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를 지원해 교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굳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과학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추진, 청주·청원 통합도시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으로 충북을 중부권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조성할 것을 약속했다.
충남지역 공약은 △충남도청 이전소재지 지원 △충청내륙고속도로(제2서해안선) 건설 추진 △공주·부여 백제역사문화도시 조성 △동서5축 고속도로 건설 추진 △과학벨트 구축 및 지역 연계 개발 △명품 세종시 건설 적극 지원 △명품 세종시 건설 적극 지원 △충청권 광역철도(논산~대전~세종~청주) 건설 등이다.
도청신도시의 원활한 조성과 정착을 지원해 새로운 행정중심과 성장거점을 구축하고, 서해안의 항만과 내륙의 연결 교통망을 구축해 충남도를 대중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백제역사문화도시의 조성과 기호유교문화권의 종합적인 개발·보전으로 충청권 주민들의 자긍심 고취와 지역정체성을 정립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충청 일부 공약 추진 불투명
동서 5축 고속도로새 정부가 실행을 약속한 충청지역의 SOC(사회간접자본) 공약사업이 예타에서 경제성 부족을 받아 대폭 수정 또는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새 정부가 제시한 27개 신규 SOC공약사업 가운데 10개 이미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쳤다. 이 가운데 9개 사업이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전체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예타를 진행한다. 예타의 핵심지표는 해당사업을 종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편익과 비용을 대비해 보는 ‘편익-비용 비율(B/C)’로 통상 1이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분류된다.
충청지역 공약사업인 이천~충주~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철도’와 평택~홍성간 제2서해안 고속도로, 대전도시철도가 1을 넘지 못했다.
특히 중부내륙선철도 복선·고속화사업은 3조11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야 하지만 2017년 기준 1일 승차인원은 1만4605명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사업은 지난 2002년 예타를 받아 2005년부터 단선철도로 추진됐으나 2011년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복선화를 요구, 정부는 사업계획을 변경해 KDI에 예타 재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복선화의 B/C는 0.28~0.29, 종합평가(AHP) 점수는 0.401로 평가됐다.
이처럼 경제성은 물론 종합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때 복선화 추진을 약속했다. 사실상 어려운 사업을 ‘표심’에 따라 무분별하게 공약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대전시의 최대 현안인 도시철도2호선은 1에 미치지 못했지만 0.91을 받아 추진 가능성에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사업내용과 추진방식을 등을 놓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16일 건설방식을 정하기 위해 10번째 토론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 쪽에서는 정시성과 안전, 접근성을 내세워 트램(노면전차) 방식을, 다른 쪽에선 같은 이유로 자기부상열차의 장점을 고집하고 있다.
충남지역 공약인 제2서해안선 고속도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전체 1조7009억원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09년 예타에서 시나리오1(예산 1조7009억원)은 0.91, 시나리오2(2조203억원)는 0.65가 나왔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사업들에 대한 사업포기 여론마저 나오면서 충청지역 대규모 SOC공약사업 추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밖에 몇몇 사업들도 진통이 예상된다.
예타 등 사전 절차가 마무리된 사업을 우선 추진 대상이라는 점에서 충북지역 공약인 남부권 명품바이오 산림휴양밸리와 충남·북 공통공약인 동서5축(보령~당진~오창~울진) 고속도로는 예비타당성을 거치지 않아 사업을 완료하기까지 험로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충청권 광역철도망(논산~대전~세종~청주) 건설과 대전구간(신탄진~계룡시) 전철화, 회덕IC 건설, 충북내륙 교통인프라 확충 관련 제천~평창간 국지도 건설 등도 예타를 거치지 않았다. 
청주국제공항 경쟁력 확보와 관련해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은 예타 결과 B/C가 1에 미치진 못하지만 0.92로 경제성은 인정됐으나 활주로 연장(2744m→3200m) 사업은 0.47로 경제성이 지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년도 실시설계에 필요한 국비 요구액 120억원 조차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과학벨트의 경우 정부가 당초 구상했던 계획과 달리 수정안이 추진되는 등 대통령 공약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역시 지역공약에는 포함됐지만 사업 계획이나 정부 차원의 지원 계획이 나온 게 아니어서 지자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충남도청 이전부지 개발 지원도 관련 내용을 담은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균형발전 차원 이행
정부는 타당성이 낮은 사업은 지자체와 협의조정을 통해 재 기획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공약 축소·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충북의 경우 기존 사회간접자본 투자에서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이 매우 큰 지역이어서 경제성보다 지역 균형발전 등 정책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중부내륙선철도 사업과 관련 “2005년부터 단선철도를 추진했는데 2011년 느닷없이 충주지역 국회의원이 복선화를 주장하면서 나쁜 평가가 나왔다”며 “정치적 판단 때문에 사업 자체를 그르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역공약사업을 경제성만 따져서 추진한다면 상당수의 지방관련 사업이 추진될 수 없다”며 “지역사업은 경제성 외에도 낙후지역 발전 등 국토의 균형발전에 대한 비중까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제성과 효율성으로만 보면 사업을 안 하는 게 맞지만 지역사업은 균형성과 형평성 등을 평가에 포함하는 등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충북도는 지난 18일 충북중소기업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대통령 지역공약 사업의 차질 없는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강성조 도 기획관리실장은 “과학벨트 추진은 부지매입비 확보 등 거점지구 조성사업에 대한 논의만 있을 뿐 기능지구에 대해선 세부사업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별법 개정을 통해 기능지구를 활성화하고 투자예산도 지구별 각 1조원씩으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강 실장은 중부내륙철도와 관련 “충북·경북 내륙 개발 소외지역에 대한 철도서비스 제공을 위해 우선 단선으로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2014년 공사비 50억원 반영과 함께 장기적으로 복선·고속화 추진을 위한 부지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제천~평창간 국지도 건설사업에 대한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과 2014년 기본 설계용역비 20억원 반영, 동서5축 고속도로 2014년 예타 및 기본계획 수립비 20억원 반영 등을 건의했다.
강 실장은 “청주공항 활주로 확장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다소 낮더라도 국가 정책으로 필요하다고 판단시 예타면제(국가재정법)가 가능하다”며 “국가 정책사업으로 판단, 사업추진이 가능토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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