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철(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충주 방면으로 출장을 가다보면 음성을 목전(目前)에 두고 한금령 고개와 만나게 된다. 이곳에 호젓하게 놓인 휴게소에 들르면 반가운 친구와 만난 듯이 차 한 잔 나누고픈 풍류가 샘솟고, 그럴 때마다 고개를 넘던 흰옷 입은 선비처럼 한금령의 유래비(由來碑)에 눈을 두곤 한다. 한금령에 내리는 비[雨]는 북쪽으로 떨어지느냐, 남쪽으로 떨어지느냐에 따라 기나긴 여정이 달라진다. 빗방울이 ‘살짝’ 북쪽을 향하면 한강물이 되고, 고개를 ‘슬쩍’ 남쪽으로 틀면 금강물이 되어 흘러간다. 그런 연유로 이 고개를 한강(漢江)과 금강(錦江)의 첫 글자를 따서 한금령(漢錦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금령의 고갯마루에서 빗방울이 선택하는 방향의 작은 각도가 얼마나 중요한가. ‘살짝’이라는 작은 차이가 빗방울을 북쪽으로 보내기도 하고, 정반대인 남쪽으로 흐르게도 한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첫 출발선에서의 첫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미래의 방향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삶의 여로가 천지 차이로 달라질 수 있는 일이다. 한금령의 빗방울에서 진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 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사색할 기회를 거의 가지지 못한 채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멋진 직장에 취업을 하여 행복한 인생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개성을 잃고 모두가 똑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갈 곳을 알지 못하고 길을 찾는 형국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꿈과 끼를 찾아주어 스스로 미래 역량을 개척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운영, 진로교육, 예?체능교육 활성화 등을 통하여 과도한 성적 중심 교육에서 인성교육, 진로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라는 교육부의 슬로건이 강조되고 있다.
  선진 충북교육도 이에 발맞추어 학생의 진로?상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충북교육과학연구원은 꿈바라기 진로진학지원센터, 중학생 여름방학 진로캠프 ‘나의 꿈을 찾아서’, 학부모진로상담 기초교육 및 실무교육, 학부모 진로교육 등을 통하여 학생의 바른 인성과 꿈을 찾아주는 교육 및 학부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꿈바라기 진로진학지원센터는 개원 전 시범운영 기간인 2013년 5월부터 현재까지 매주 4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방문하여 3000명 이상이 진로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에 맞는 진로설계를 위하여 커리어넷을 통한 진로적성검사, 흥미검사 및 전문적인 진로연구기관에서 제공하는 학과계열 검사를 통하여 자신의 소질이나 적성을 탐색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검사 후에는 전문적인 상담원 5명이 항시 거주하며 학생들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흥미와 적성, 미래의 직업에 대하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업에 대한 정보를 넓힐 수 있도록 방송·미디어, 여행·서비스, 전자·IT, 금융, 환경·에너지의 5개 산업분야의 직업 내용에 대하여 컨텐츠를 통한 체험활동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충북교육과학연구원은 학생들의 집중적인 진로탐색 및 심성수련을 위하여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한 진로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교우관계 상담, 심성수련, 진로탐색 등의 활동을 통하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교생활 및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중학생 72명을 대상으로 ‘나의 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4일 동안 하루에 2시간씩 8시간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진로가 분명한 학생은 쉽게 일탈하지 않는다. 비록 시작은 작은 물길이지만 그 빗방울이 언젠가는 강물에 닿고 또 결국엔 바다에 닿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끼를 찾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충북교육과학연구원은 학생교육뿐 아니라 학부모교육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꿈바라기 진로진학지원센터에 학생들이 찾아와 자신의 생각과 검사 결과에 열중하거나, 학부모 진로교육에 자리가 부족해 접의자를 펴고 앉아 집중하는 모습을 대할 때면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의 보람과 함께 가슴 시원한 길잡이 역할에 대한 책무로 새로운 결의가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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