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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동 솟대 분투기
청목동 솟대 분투기
  • 동양일보
  • 승인 2013.07.3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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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준(청양군 목면 부면장)

매주 목요일마다 모이는 목공모임이 있다.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 청목동이다. 집안에서 나무를 자르고 뚝딱거리기 좋아하는 취미목수들이 두해 전에 뭉쳤다. 취지도 거창하다. 미용후생(美用厚生). 아름답고 쓸모있는 작품으로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깎고 다듬던 사람들이 지역에 뭔가 쓸 만한 일을 해보기로 했다. 자발적 재능기부를 통해 공방주변에 솟대 조형물을 깎아 세우기로 한 것이다. 기간은 일단 한 달을 정했다. 얼마가 걸리면 어떠랴. 하나둘 깎을 때마다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희망을 담아 세우기로 마음들이 모아졌으니 된 거지.

솟대는 나무로 만든 새를 장대 끝에 얹어 놓은 것이다. 멀리 삼한시대 소도의 유풍으로 알려져 있다. 솟대를 세우는 목적은 대체로 세 종류다. 첫째는 마을의 안녕과 풍농·풍어 등을 기원하여 세우는 일반적인 솟대다. 둘째는 풍수지리상으로 배 모양의 지형을 보완하기 위해 세운 솟대이고 셋째가 급제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솟대다. 보통 마을 어귀에 세웠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간혹 야외 조형물로 제작되어 옛날을 추억하는 호기심의 한 자락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솟대는 새 머리와 몸통의 형상을 결합한 단순한 형태다. 우리는 단순한 형태만 보고 쉽게 만들거라 생각했다. 시작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공부해야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크기는 어떻게 하는지, 몸통과 머리의 비율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개를 숙인 놈이 있는가 하면 번쩍 든 놈도 있다. 무작정 시작하려 하니 난감한 일이 많아진다.

모르니 배워야 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청주에서 20년간 솟대를 깎은 분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문에 난 솟대사진을 한 장 들고 청주를 찾았다. 사진설명에 나와 있는 연제리 호수주변에 도착했는데 솟대가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솟대를 물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하던 삼십대 남자였다. 그 사람은 살아있는 소를 묶어놓은 곳을 찾느냐고 반문했다. 설마 솟대를 모르나. 다시보니 얼굴표정이 진지하다. 나무로 새 모양을 만들어 장대 위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제서야 알아듣고 손가락으로 건너편을 가리킨다. 솟대를 모르는 사람도 있구나. 관심없는 사람은 모른다. 알고 싶어야 보이는 거니까.

호수 건너편으로 가서 솟대를 구경했다. 우리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나무새에 설레었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티없이 맑게 느껴지는 단순한 조형성에 반했다. 더구나 거기에 바쳐진 소박한 바램들이라니.

우여곡절 끝에 솟대명인을 찾았다. 밖에는 현대적인 느낌의 솟대 조형물이 서 있고 비닐하우스로 지은 솟대공방에서 작업을 하시는 중이었다. 주로 실내용 소형 솟대 조형물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옻칠을 한 솟대들이 보였다. 차를 마시면서 솟대에 관한 많은 조언을 들었다.

재료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으니 솟대재료를 구하러 가기로 했다. 수소문하여 벌목한지 얼마 안 된 산을 허락받았다. 삼복더위 한낮에 모여서 산을 찾았다. 산에 오르니 등이 금새 땀에 젖는다. 산등성이를 오가며 재료로 쓸 소나무들을 골랐다. 마음을 합해 일을 하니 즐겁다.

일단 한 달 기한으로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몇 주가 될지 모르지만 모이는 날들마다 모두들 솟대에 골몰한다. 여름 저녁이라 모기가 떼로 덤비는 건 다반사다. 코 끝에 땀이 송긍송글 맺혀도 개의치 않고 솟대를 깎는 손길들은 분주하기만 하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솟대에 빠져들게 했는지...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일심으로 솟대를 깎고 있는 풍경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먼 옛날 마을 어귀에 솟대를 세우던 조상들도 이렇게 솟대를 만들지 않았을까. 훗날 우리가 만들어 세운 솟대를 볼 때마다 함께 땀에 절었던 여름날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솟대는 평화의 상징이다. 지금 이 땅에 필요한 것이 평화 솟대다. 앵무새처럼 입으로 만 외쳐대는 가짜 평화가 아니라 진짜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땅에 곳곳에 평화 솟대를 올렸으면 좋겠다. 언젠가 지긋지긋한 휴전의 땅 DMZ에도 이르리라. 평화의 솟대아래 남북이 만나 온 국민의 답답한 가슴속을 시원하게 뚫어 줄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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