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청주고 야구부 투수(2년)

청주고가 36년 만에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지난해 우승팀인 덕수고와 결승진출을 놓고 역전패 했지만 1977년 이후 청룡기 4강 진출이라는 값진 기록을 남긴 것이다.
이 같은 영광 뒤에는 조선족 투수 ‘주권(19·청주고 2년)’이 있었다.
청주고는 지난 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이 대회 제주고와 8강전에서 선발 주권과 청소년 대표 황영국(3년)의 호투에 힘입어 2대 1로 승리했다.
청주고 선발 주권은 이 경기서 8이닝 동안 산발 3안타만 내주고, 삼진 5개를 잡는 뛰어난 투구로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3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4강전에서 청주고는 우승후보인 서울 덕수고에 1대2로 역전패했다.
청주고는 이날 한화 1차 지명자인 황영국과 내년 고교 투수 순위 1위로 평가받는 주권을 투입했지만 7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팽팽하게 투수전으로 이어지던 경기의 균형은 7회 초 깨졌다.
청주고는 첫 타자인 박세웅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덕수고 투수 한주성의 1루 악송구와 내야 땅볼로 2사 3루의 득점 찬스를 만들었고 조대현의 중전안타 때 박세웅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선취점을 따냈다.
그러나 7회 말 청주고는 반격에 나선 덕수고 클린업 트리오 임병욱, 임동휘, 김규남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동점을 내 줬다. 이어진 무사 2, 3루서 상황에서 덕수고 김재성에게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내줘 역전을 허용하며 2대1로 패했다. 
주권은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조선족인 그는 8강전에서 8이닝 무실점(3피안타 5탈삼진) 호투로 승리를 따내며 청주고 4강 진출을 견인했다.
1995년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난 주권은 2005년 11살의 나이에 어머니 전수빈(41)씨와 함께 한국에 왔고, 이듬해인 2006년 한국국적을 획득했다.
주권이 야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청주 우암초 4학년. 운동이라고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축구가 전부였던 그는 체육교사의 눈에 띄어 처음 야구공을 잡았다.
어머니 전씨는 아들이 야구를 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나뿐인 아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이 수차례 전씨를 찾아와 설득했고, 아들이 야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 마지못해 허락했다.
전씨는 “야구라는 운동을 전혀 알지 못했던 아들이 갑자기 야구를 한다고 해 걱정스러웠다”며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지만 모든 것이 생소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스트라이크’, ‘아웃’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야구용어를 익히는 데만 수개월.
주권은 매일 개인 연습을 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야구를 알면 알수록 재미에 흠뻑 빠졌고, 점점 두각을 나타냈다. 청주중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 주권은 청주고에 입학하고 나서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키 183㎝, 몸무게 85㎏의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140㎞ 중반대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주권의 주무기다.
올해 청룡기에선 네 경기에 나와 2승 1세이브를 기록했다. 전국에서도 손으로 꼽을 만한 성적이다.
그의 꿈은 내년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같은 팀 선배 황영국처럼 1순위에 뽑히는 것이다. 계약금으로는 식당일을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고 싶다고. 어머니 전씨는 “다른 부모들과는 달리 혼자 키우다 보니 부족한 것이 많아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앞으로 야구선수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족 소년에서 어엿한 선수로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주권이 써나가는 ‘코리안드림’에 관심이 쏠린다. 
       ▶글/이삭·사진/청주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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