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지방정부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섰다.
지방자치시대에 자치단체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지자체의 예산편성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광역자치단체가 거둬들이는 세금 가운데 절반이 넘는 취득세를 영구인하 하겠다고 밝혀 전국 광역단체장들이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이런 가운데 맞춤형 복지제도를 최소화는 등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지침을 내려 보내 공무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충북도와 충주시 공무원노동조합은 5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세운 지자체 예산편성 지침이 엉터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말 전국 지자체에 ‘2014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지침을 통보했다.
주요 내용은 맞춤형 복지제도 최소화, 일직·숙직비 한도 1일당 5만원으로 제한, 월액여비 월 13만8000원 한도 설정, 직원능력개발 폐지 등이다.
이는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꾀한다는 취지이긴 하지만 몇 가지 사항에선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맞춤형 복지제도의 기준액을 엉터리로 책정한 점이다.
충북도 등 농촌형 광역단체(9개)의 기준액은 1인당 110만7000원인데,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형 기초단체(15개)의 기준액은 124만4000원으로 13만7000원 많다.
충북도청 공무원과 청주시청 공무원은 대부분 청주시에 거주하지만 이 기준이 적용되면 도청 직원은 시청 직원보다 맞춤형 복지제도의 혜택을 덜 받게 된다. 결국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혜택의 많고 적음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 출장 공무원에게 주는 여비의 월정액을 13만8000원으로 제한한 것도 부서별 근무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책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지방행정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급조한 지침이 나오고 말은 것이다.
삭감기준을 중앙부처 공무원에 맞춰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행태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4대강 사업에 따른 재정난 등 중앙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의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번 지자체 예산편성운영 기준은 지방예산편성 기준경비 운영 강화·개선에 목적을 뒀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자체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억압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이번 지침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의견수렴이나 협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시달됐고, 그 어느 부분에서도 자치권에 대한 보장이나 존중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는데 문제성이 심각하다.
‘자율과 책임이 함께하는 건전한 지방재정운영’이라는 미명 아래, 지자체의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자치단체 통제 목적의 각종 지침 등을 자치권 보장 차원에서 전면 재정비해  지자체와 공무원,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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