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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짝퉁 원장’이었나?
나는 ‘짝퉁 원장’이었나?
  • 동양일보
  • 승인 2013.08.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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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충북학생교육문화원장)

 ‘꿈을 키우는 교육문화창조’를 지표로 하는 충북학생교육문화원에 부임한 게 작년 9월이었으니 벌써 만 1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동안 아이들의 꿈을 키워 주는 데, 나 자신 얼마나 열정을 갖고 힘을 기울였는지 이제야 반성의 기회를 갖는다.
 부임 초 공연장 관리나 하고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 교육박물관, 학생수영장을 운영하는 게 업무의 대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애초부터 나는 ‘짝퉁’ 교육문화원장일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러던 중 스스로가 ‘짝퉁’이었음을 알게 해 준 행사가 지난 주 우리 원의 영화음악감상실에서 열렸다.
 바로 아이들의 방학 중 체험학습 발표이다.
 예체능교육의 활성화와 창의·인성 계발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단소, 해금, 장구, 가야금, 꽹과리 등 5개 과정의 동아리가 활동을 했다.
 불과 5일간의 연습으로 아이들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부터 ‘떴다 떴다 비행기’, ‘꽃밭에서’를 연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었다.
 때도 묻지 않았다. 기교도 부릴 줄 모른다. 꾸밈도 가식도 없다. 화려한 무대도 아니고 요란한 장식도 없다.
 장구를 치면서 관객석에 앉아 있는 엄마를 향해 손짓을 하느라고 반 박자가 늦는 은성이는 그래도 즐겁기만 하다.
 난생 처음 무대에 서 본 민영이는 노래하랴, 다리 긁으랴 공연히 분주하다.
 친구들이 부르는 아리랑 노래 가사가 슬퍼서인지, 이 멋진 행사에 아빠가 보이지 않는 게 섭섭해서인지, 샛별이는 자꾸 눈물을 훔친다.    
 그래도 엄마, 할머니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애기 만세, 만세다.
 집에서는 그토록 철없이 굴던 아이가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저토록 의젓하게 변했을까! 의아하기도 하고, 참 대견스럽다.
 제 키보다 더 큰 가야금을 뜯는 미진이, 요즈음 어른들도 쳐보지 않은 사람이 태반인 꽹과리를 흥이 나게 치는 장식이,
 지도 선생님들도 이런 아이들이 참 기특하다. 그래서인지 사회를 보면서 아이들이 치는 꽹과리 소리를 천둥소리로, 장구 소리를 쏟아지는 빗소리에 비유한다.
 지난 7월에는 우리 도내 예술 영재들인 충북예술고 학생들의 발표회가 우리 원의 대공연장에서 있었다.
 천명이 넘는 관객들의 박수를 받은 예술고 학생들의 솜씨와 기량은 분명 프로급이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명도 안 되는 가족들만이 모인 자리에서 소박하게 열린 이 아이들의 발표는, 순수 덩어리로 빚어진 슈퍼프로급이었다.
 아이들은 무한한 잠재력과 숨겨진 재능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이를 찾아주고 길러주는 건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와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박태환, 박인비, 손연재 등 각 분야의 영재들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세계의 정상에 섰다. 그러나 이들의 뒤에는 그 재능을 찾아내고 길러준 스승이 있고 부모가 있다.
 이날의 서툰 발표가 계기가 되어 은성이나, 미진이, 샛별이, 그 밖에 참여한 아이들 가운데 어느 누가 세계적인 예술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래 속의 진주는 사람의 눈에 띄어야 비로소 제 값을 하게 된다.
 각 동아리별 슈퍼프로급 발표회가 끝나고 나서야 ‘짝퉁 원장’이 반성의 기회를 가졌다.
 좋은 씨앗을 찾아 정성스레 뿌리고 물 주고 거름 주고 가꿔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도 모른 채 1년을 지낸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짝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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