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에 휘둘리기도…장외투쟁 성과가 명운 좌우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오는 11일 서울광장의 천막당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화려한 백일상'은 고사하고 '광장'에서 꽉 막힌 대치 정국을 풀어야 하는 엄혹한 상황에 처하면서 정치인생 최대의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 만큼이나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이유다.

김 대표는 5.4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제1야당의 대표로 당선됐다. 당내 세력의 전면적인 교체를 알리며 지난해 총·대선 패배로 휘청대던 당을 재건할 막중한 임무를 맡고 전면에 선 것이다.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고강도 혁신 드라이브를 예고하며 영등포당사 폐쇄와 중앙당 슬림화, 전(全)당원투표제를 통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을 관철했다. 민주당의 야권내 입지를 위협하는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겠다는 포석도 깔렸다.

을(乙)을 위한 민주당'을 내세워 정책정당으로의 변신도 적극 시도했다.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기 전까지는 대여관계에 있어서도 견제와 협력을 조화시키는 쪽에 방점을 뒀다.

그러나 지난 100일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야당대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목상 권한은 강화됐지만, 정작 '국정원·대화록 정국'에서 문재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대여전선을 주도하면서 비주류 출신 대표의 한계를 드러냈다.

친노·구주류의 강공에 휘둘려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대표는 결국 지난 1일 "인내력에 바닥이 났다"며 대여강경투쟁으로 선회한뒤 서울광장 앞 천막당사에 진지를 구축, '촛불'을 드는 '벼랑 끝 승부수'를 던졌다. '의회주의자', '전략가'라는 타이틀을 잠시 떼고 '거리의 투사'로 나선 것이다.

강경파에 등떠밀린 측면이 없진 않지만 이 기회에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며 리더십을 세우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일대일 담판'을 요구했지만 회담 형식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기싸움만 계속되면서 좀처럼 회군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가 장외투쟁에서 의미없는 성과 없이 '빈 손'으로 돌아온다면 민주당의 위상 강화와 지지층 결집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는 더욱 힘겨운 승부가 될 수 있고, 향후 예상되는 야권 재편 과정에서도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기 어렵게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거리 투쟁'의 결실 여하에 따라 김 대표와 민주당의 명운이 걸려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11일 천막당사 앞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비상한 각오 등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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