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악의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기관의 냉방을 전면 중단한 12일 정부세종청사는 한증막 속으로 빨려들어간 듯했다.

일부 개별 냉방기가 설치된 정부서울청사나 과천청사와 달리 지난해 12월 개청한 세종청사는 완벽한 중앙 냉·난방식이어서 청사관리소에서 냉방공급을 차단하면 건물 전체가 찜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오후 청사관리소가 중앙냉방을 중단하자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세종청사에 입주한 각 부처 사무실과 복도는 물론 장관실과 출입기자실까지 에어컨 가동이 중단됐다.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하지만 30도 중반을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 세종청사의 공무원들은 진이 빠졌다.

국토교통부의 한 부서는 견디다 못해 오후 2시께 복사기 2대와 TV 모니터 3대를 다 껐다. 천장의 형광등은 여섯 줄 가운데 한 줄만 남기고 소등했다.

이 부서의 직원은 "복사기가 열기를 엄청나게 뿜어내 일단 껐다"며 "TV에 형광등까지 껐으니 컴퓨터 빼고 끌 수 있는 건 다 끈 셈"이라고 말했다.

창이 남쪽으로 난 사무실의 직원은 특히 더 고통스러워 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사무관은 "북향으로 창이 난 사무실은 그래도 버틸만한데 남쪽으로 창이 난 사무실은 바깥보다도 덥다"고 하소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과장급 간부는 "오늘 더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더운 것 같다"며 "여기 뿐 아니라 다른 사무실도 마찬가지인데 더워도 참아야지 어쩔 수 있겠느냐"라며 체념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노약자·임산부 등을 위한 폭염대피소로 지정된 직원휴게실과 여직원 휴게실은 더위를 피해 몰려든 직원들로 붐벼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부서 차원에서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낸 곳도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부서는 팥빙수 20여인분을 시켜 전 부원이 나눠 먹으며 더위에 맞섰다.

이 부서의 직원은 "참기 어려울 정도로 덥지만 더위 덕분에 모처럼 전 부원이 한자리에 모였다"며 "부원 간 화합과 단합을 다지는 데 더위가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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