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세법개정 재검토' 지시에 당정 본격 검토 착수
민주당 "장외투쟁 계속"…대치정국 이어질 듯
현오석 부총리 "국민께 걱정 끼친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근로소득세제 개편에 따른 세부담 증가 기준을 연간 총급여 3450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된다.
중산층 이상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세법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당정은 13일 수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8일 발표된 정부안을 닷새 만에 고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서명운동 등 장외투쟁을 이어갈 뜻을 밝혀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법개정안에 대해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주문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중산층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만 커지는 '세금폭탄' 논란을 빚으며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하반기 국정운영 드라이브가 차질을 빚을 것 등을 우려,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와함께 "교육비나 의료비 지원 등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는 예산사업은 반영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구, 중산층을 배려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 주말부터 수정안을 검토해온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는 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대책마련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 현오석 부총리, 이석준 기재부 2차관 등 당정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잇따라 만나 세법개정안 수정 방향을 논의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총급여 3450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 구간의 세부담 증가분을 제로(0)로 만드는데 방점을 뒀다""중산층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있다면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5천만원이 자의적이니 그걸 고집하는 건 아니다""13일이면 아주 세부안까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안이 나올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세 부담 증가 기준선은 최소한 5천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납세부담이 증가하는 인원은 당초 434만명에서 170~190만명 감소한 25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로인해 정부가 예측한 세수증가 효과(25천억원)3천억원 정도 감소할 전망이어서 당정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고소득자영업자 부담을 늘리는 방안 등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두차례 당정협의를 마친 뒤 현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개정안 발표 이후 세부담 증가와 관련해 각계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법 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해 정부안을 수정,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내달 국무회의까지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고소득자영업자의 세금탈루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세제, 세정상의 제반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구체적인 중산층 세 부담 완화 방안으로 소득별로 차등 적용하는 근로소득공제율 조정 세액공제율 구간별 차등화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소득세 과표구간 신설,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율 복원, 법인세 증가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어 세법개정안의 큰 틀은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세법개정안의 수정작업에 착수하면서 여야 대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향후 해법을 놓고는 여야 간 입장차가 커 이를 둘러싼 정국경색은 쉽게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새누리당은 환영했지만 민주당 김관영 수석 대변인은 "최근 며칠간 분노한 국민에 대한 항복 선언"이라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중상층 서민 세금폭탄 저지 특위' 발대식과 서명운동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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