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만~7000만원도 세부담 증가 16만원서 2만~3만원으로 축소

박근혜 대통령이 세법개정안에서 서민·중산층 세부담 증가에 대한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에 당정이 세 부담 기준선을 애초 연소득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5500만원 이하 봉급자에게는 평균적으로 추가 세부담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연간 16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설계된 연소득 5500만~6000만원과 6000만원 초과~7000만원 근로 소득자의 세 부담은 각각 연간 2만원, 3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번 수정안으로 세수는 당초 정부안보다 4400억원 감소한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3년 세법개정 수정안'을 새누리당 최고위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와 의원총회에 각각 보고했다.

12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며 원점재검토를 요구한 지 27시간만에 나온 수정안이다.

수정안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부담 증가의 기준점은 연간 총급여 5천500만원으로 책정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서민·중산층 기준으로 제시한 중위소득 150% 이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부담을 제로(0) 또는 감소로 설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안은 3450만원부터 세부담이 늘어 4000만원 초과~7000만원대 근로자의 세 부담은 연간 16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세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근로소득세액공제한도를 현행 50만원에서 66만원으로, 5500만~7000만원 이하는 63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교육비, 자녀양육비 등의 지출이 많은 중산층의 세 부담은 거의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정안으로 혜택을 보는 계층은 5500만~7000만원 이하 구간의 근로자 229만명이며 이로써 세법개정에 따른 세부담 증가 근로자는 당초안 434만명(전체의 28%)에서 205만명(13%)으로 줄어든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7000만원 초과 구간의 세 부담은 종전 개정안과 동일한 수준으로 증가한다"며 "고소득 자영업자 세금탈루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세제와세정상 제반 조치를 다각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대변인은 수정안에 대해 "의원들이 대체로 공감했다"며 "정부안이 국회로 제출된 후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세부담 증가액이 2만~3만원에 불과한 5500만~700만원 이하 근로자를 뺀 실제 세 부담 증가층은 전체 근로자의 7%"라면서 "부자증세 서민감세를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수정안으로 복지재원 충당을 위한 세수 확대분은 당초 1조3000억원에서 8600억원으로 4400억원 감소한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수가 줄어도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나 자녀장려금제(CTC) 신설은 변함이 없다"며 "누적개념으로 5년간 공약재원을 12조원 조달할 계획이었는데 수정안으로 1조원 정도가 펑크난다. 그러나 재원 달성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법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절충함으로써 수정안은 세부 기준 작성 등 절차를 거쳐 내달 정기국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에 대해 "부자감세 철회 없이 서민·중산층 증세라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다"고 지적, 세법개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일각에서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혼란의 책임을 물어 경제팀을 경질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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