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심서 형량 낮아질 가능성은 없어"

집에서 잠자던 초등학생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모씨(24)가 재판부의 법 적용 실수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4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강간 등 살인)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영리약취·유인)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 한달 전에 이미 없어진 법 조항을 적용해 판결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미 삭제된 법 조항을 적용해 판결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면서 "이같은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해 법령을 잘못 적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1·2심에서 고씨에게 적용한 법령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특가법 제5조의2 제4항이다.

1990년 신설된 해당 조항은 형법 제288조 1항(영리약취·유인죄)을 위반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5일 해당 조항은 삭제되고 형법만 적용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형법 제288조 1항의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에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도록 법정형이 낮아졌다.

고씨의 경우 항소심 판결이 지난 5월 16일 선고됐기 때문에 바뀐 법 조항을 적용해 다시 판결했어야 하지만 재판부에서 이를 놓친 채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다만 고씨의 경우 영리약취·유인 외에 성폭력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주거침입, 절도 등 다른 범죄혐의도 받고 있어 파기환송심에서 개정된 법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무기징역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관계자는 "고씨의 경우 1심에서 성폭력특례법 위반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적용받은 만큼 특가법 위반 관련 법령 적용이 잘못돼 파기환송되더라도 최종적으로 양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선고는 이른바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에 대한 첫 상고심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으나 해당 부분 역시 파기환송됐다.

고씨는 지난해 8월 30일 오전 1시 30분께 전남 나주의 한 주택에서 잠자던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8)를 이불에 싼 채 납치해 인근 영산대교 밑에서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2심은 모두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 성충동 약물치료 5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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