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우선 지원…피해 원인제공 기업에 구상권 행사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기재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등이 참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송 장기화 등으로 치료비 부담을 겪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의료비를 정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피해자에게 가장 부담이 큰 의료비를 정부에서 먼저 지원하고 피해 발생의 원인이 추후 밝혀지면 원인을 제공한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환경보건법에 근거해 정부에서 피해자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쓴 의료비 지출 금액을 정부에서 3년 정도에 걸쳐 나눠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원 예산은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비 지원 대상자는 보건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의 피해 조사와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지원 내용과 방법 등 세부 사항은 관계부처 협의와 국회 심의 등을 거쳐 정해질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번 지원계획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환경보건법 시행령에 지원 내용과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가 불거진 이후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법적 구제가 늦어져 피해자들의 정신적·경제적 고통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는 지난 4월29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해 정부에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터진 지난 2011년부터 정부에게 피해자 지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환경보건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 왔다"며 "그 사이 피해자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더 심해지고 2년이나 걸려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유족들에게 지급할 특별조의금과 생계수당 등을 제외하고 의료비만 지원했을 때 지난 2년 동안 가중된 피해자들의 고통을 경감해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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