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고육영수 여사 39년전 같은날 문세광 흉탄에 서거

대한민국 최대 경축일인 8ㆍ15가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게는 통탄의 애도일로 기억된다. 39년전인 1974년 이날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북한공작원 문세광이 손 흉탄에 맞아 비명에 간 날이어서다.

교수가 되기위한 청운의 꿈을 안고 프랑스에서 유학중이던 박 대통령은 이날 '급히 귀국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곧장 한국으로 돌아왔다. 모친의 장례식을 치른 박 대통령은 그날부터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약관 22세의 일이었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은 박 대통령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계속 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일기에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영부인배 쟁탈 어머니 배구대회'에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5년간 영부인으로 활동하며 선친인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어깨 너머로 정치를 배우게 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참모진 첫 개편에서 3선의원을 지낸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비서실장으로 중용한 것도 박 대통령과 8.15의 남다른 인연을 떠올리게 했다.

박 대통령의 원로참모진인 7인회의 중심인물인 김 실장은 공안검사로 재직하던 1974년 육 여사를 피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매년 광복절에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서울국립현충원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 묘소에서 거행되는 추도식에 참석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불참했다. 박 대통령은 그 시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를 했다.

축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한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어려움도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평화를 만드는 것은 상호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 "진정한 의미의 광복과 건국은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고 남북한이 하나되는 통일을 이룰 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러면서 추석을 전후한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상봉과 비무장지대에서의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자신의 모친 피격을 사주한 북한을 향해 대한민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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