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미니해수욕장서 ‘호젓한’ 휴가의 참맛
대천·무창포 부럽지 않은 용두·독산·장안해수욕장

서해안 여행은 오감을 즐겁게 한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고, 먹을거리 또한 풍부하다. 충남 보령은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면 피서객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 보는 곳이다. 보령머드축제가 열리는 대천해수욕장에다 무창포해수욕장의 신비의 바닷길을 거닐어 보는 상상도 즐겁다. 하지만 몰리는 피서인파가 부담스럽다. 한적한 바닷가를 바란다면, 보령의 미니 해수욕장에 주목해보자. 갈매기 떼가 날아오르는 백사장과 자연이 숨 쉬는 갯벌, 비릿한 바다 냄새가 풍겨오는 포구가 풍경화처럼 펼쳐져 ‘재충전’이라는 휴가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아늑한 ‘송림’ 품은 ‘용두해수욕장’
용두해수욕장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여름휴가를 떠나고자 한다면, 충남 보령의 용두·독산·장안 해수욕장을 찾아보자. 숙박시설과 식당, 화장실·샤워실 등 편의시설은 비록 대천이나 무창포에 견줘 상대적으로 불편하지만, 비교적 덜 붐비는 해변을 원하는 이들에게 맞춤형 피서지다.

‘보령 8경’ 중 1경으로 꼽히는 대천해수욕장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만큼 사람이 붐비는 것이 흠이다. 번잡함을 피해 용두해수욕장으로 가려면 대천해변 입구 남단에서 시작되는 남포방조제(길이 약 3.7㎞)를 건너야 한다. 1985년 방조제 공사가 시작돼 1997년에 완공됐다. 방조제 중간의 죽도관광지(보령8경 중 8경)도 들러볼 만하다. 어선과 낚싯배들이 기항하는 포구가 있고,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횟집들이 성업 중인 섬이다.

남포방조제 남단에 숨은 용두해수욕장은 대천해수욕장이 관광객들 차지가 되자 보령 시민들이 소문내지 않고 찾아가던 한적한 곳이었다. 지금은 그것도 옛말이지만….

해변 길이는 1㎞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짧다. 대신 아늑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해변 뒤쪽으로 송림이 울창해 피서객들의 캠핑장으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용두해수욕장 중앙 솔숲 뒤에는 붉은 벽돌로 아담하게 지은 ‘동백관’ 이라는 숙박시설이 있다. 보령시가 운영하는 근로자종합복지관인데 1996년 지어져 시설은 다소 노후했다. 이곳에서는 용두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을 대상으로 8월까지 샤워장과 야영장을 운영한다. 사워장 이용료는 어른 1100원, 어린이 550원(1회 기준), 야영장은 4인용 텐트 1일 기준 3300원으로 저렴하다.

●한 걸음에 두 해변 즐겨 ‘1석2조’ 기분
용두해수욕장에서 나와 607번 지방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무창포해수욕장, 독산해수욕장, 장안해수욕장이 차례로 나타난다. 장안해수욕장 입구에서 부사방조제를 건너가면 모시로 유명한 서천군이다.

독산해수욕장은 무창포해수욕장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독대섬 양 옆으로 모래사장과 갯벌이 나란히 펼쳐져 있다. 바다에 홀로 있는 섬이라 해 이 같이 이름 지어졌다. ‘홀뫼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린다. 해변 남쪽에 섬으로 착각할 정도로 야트막한 동산이 하나 솟아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폭이 10여m에 불과한 해변에서는 남쪽으로 장안해수욕장과 부사방조제가, 북쪽으로 독산해수욕장이 보인다. 몇 걸음 걷지 않아도 두 군데 해변의 품에 안길 수 있다니 ‘1석2조’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독산해수욕장 북단에는 무창포해수욕장과 경계를 이루는 ‘닭벼슬’이라는 곶이 튀어나와 경계선 구실을 한다. 해변의 길이는 무창포보다 다소 짧아 보인다.
독산해수욕장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이 찾아와 물이 빠지는 시간이면 조개를 잡는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조개, 맛살, 골뱅이 등이 많아 갯벌 체험의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아예 아이스박스와 목장갑, 소금, 양파망 등을 준비하는 가족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지 주민들은 먹지도 못하고 버릴 만큼 무조건 많이 잡아가는 것은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제발 적당히 잡아가라”고 할 정도.

다른 데를 들르지 않고 곧장 독산해수욕장으로 갈 요량이라면 대천IC 말고 무창포IC로 빠져나가는 것이 좋다. 해변에서 약간 떨어진 마을에 민박촌이 형성돼 숙박시설과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갈매기 떼가 주인 노릇하는 한적한 해변
보령시 최남단에 자리한 장안해수욕장은 부사방조제가 시작되는 지점에 숨은 해변이다.

평일 오전이면 갈매기 떼가 인적 드문 모래사장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장안해수욕장 역시 서해안 다른 곳과 같이 조개잡이로 소문이 자자하다.

조개잡이가 잘 되는 해변이라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장안해수욕장 북쪽 해변이 ‘소황사구’ 생태학습장이라는 것이다.

서해안 일대에서는 보기 드물게 자연경관이 수려한 해수욕장으로 인근의 환경과 어우러진 경치에 가족은 물론 기업·단체 등의 여름철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해수욕장 입구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가족·친구 등과 함께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자.

목재 데크로 된 생태탐방로를 따라 갯메꽃 군락, 해당화 군락이 있으며, 더 걸어가면 띠 군락, 통보리사초 군락, 갯방풍 군락 등을 만날 수 있다. 소황습지, 소황사구, 해송이 우거진 송림 군락 등이 장안해수욕장의 중요 자원이다.

해안사구는 갯벌, 사빈(모래해안), 습지 등과 함께 해안 퇴적 지형 중 하나로 파도 등에 의해 해안으로 운반된 모래가 육지 쪽에 낮은 언덕 형태로 쌓여서 형성된 것을 말한다. 이곳 해안사구에서는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표범장지뱀, 매, 삵 등 멸종 위기 야생동물이 관찰되고 있다.

잔잔한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낙조는 장관을 연출한다. 모래 밭 위의 철새들은 한 폭의 풍경화인 듯 해지는 여름 바닷가의 한적함을 느끼게 한다.

●등산·휴양·문화재탐방 동시에…내륙 여행지
무창포해수욕장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긴 후엔 보령의 내륙 여행지들도 빼놓지 말자. 석탄박물관, 성주사지, 성주산자연휴양림 등은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둘러보기 좋은 여행지다.

보령은 강원도 정선이나 태백 못지않게 유명한 석탄 산지여서 석탄박물관이 들어섰다. 석탄의 생성 과정, 석탄의 이용, 광산촌 모형 등을 통해 석탄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60초 동안 작동되는 수갱 효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지하 400m 아래 갱도까지 내려가 보는 체험을 하게 된다. 모의 갱도에서 느끼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추위’가 느껴질 정도.

성주산자연휴양림 인근의 성주사지(사적 307호)로 가면 폐사지 답사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백제 법왕 때 오합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것이 시초이다. 통일신라시대 문성왕 때 당나라 유학파 낭혜화상이 중창하면서 명칭이 성주사로 바뀌었다. 지금도 절터에는 성주사지 낭혜화상탑비(국보 제8호), 오층석탑, 중앙삼층석탑, 동·서삼층석탑 등이 남아 있다.

성주산자연휴양림(☏041-934-7133·seongjusan.brcn.go.kr)은 물놀이터, 삼림욕장, 잔디광장, 체력단련장, 야영장 등을 고루 갖췄다. 복수초실 등 8개의 객실을 보유한 산림문화휴양관과 다람쥐동 등 숲속의집 9동이 숙박시설로 이용된다.

휴양림 전망대에서는 성주산과 만수산 정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성주산 성주리 화장골 계곡은 4㎞에 이르는 울창한 숲이 장관인 계곡으로 삼림욕을 즐기기에 최고다.
<이도근>

■여행정보
●여행팁=충남 서해안 해수욕장을 찾았다면, 갈 길이 바빠도 무창포해수욕장을 빼놓지 말자. 보령 8경 중 2경인 무창포는 백사장 길이 1.5㎞, 폭은 50m 정도 된다. 대천에 이어 보령에서 두 번째로 소문난 해수욕장이다. 이곳에서는 매월 보름과 그믐을 전후해서 해변 앞 무인도인 석대도까지 1.5㎞의 바닷길이 열린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현상 자체가 영화 ‘십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신비인데다, 드러난 바닷길을 걸으며 조개, 해삼, 낙지 등을 잡을 수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순간 그 속에 뛰어들어 사랑을 고백하면 기적처럼 사랑이 완성된다는 입소문에 연인들의 프러포즈 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www.khoa.go.kr)에서 바다갈라짐 예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문의=보령시청 문화관광과(☏041-930-3541), 웅천읍사무소(☏041-933-2301)

●가는 길
▷용두해수욕장=서해안고속도로 대천IC→대천해수욕장 방면→남포방조제→용두해수욕장
▷독산·장안해수욕장=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IC→무창포해수욕장 방면→607번 지방도→독산(장안)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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