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소닉2013’데뷔 … 45년 만에 첫 음악 페스티벌 무대
가왕의 열창 ‘모나리자·헬로’… 2만 중년 관객 열광의 밤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나, 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 그런 표정은 싫어~.”
15일 밤늦은 시각,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지난 14일부터 양일간 열린 록페스티벌 ‘슈퍼소닉 2013’의 메인 스테이지인 ‘슈퍼 스테이지’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를 맞는 열기로 가득했다.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25년 전 히트한 ‘모나리자’(1988)를 ‘떼창’으로 열창하는 가운데, 이 노래의 주인공은 마이크를 관객에게 향한 채 두 팔을 들고 손뼉을 치며 무대 곳곳을 누볐다.
“한 번 더”라고 외친 그는 ‘불끈’ 주먹을 쥔 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장내를 가득 채운 2만 관객 앞에 선 것은 여느 유명 해외 아티스트가 아닌 바로 ‘가왕(歌王)’ 조용필(63). 그는 ‘슈퍼소닉 2013’으로 데뷔 45년 만에 처음으로 록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조용필은 이날 밤 10시 20분께 기타를 메고 히트곡 ‘미지의 세계’(1985)를 부르며 등장했다.
앞서 올해 발표한 ‘바운스(Bounce)’와 ‘헬로’를 댄스 버전으로 리믹스해 들려준 DJ 쿠(구준엽)에 이어 조용필이 나타나자 관객들은 “오빠”하는 함성과 함께 ‘헬로’라고 적힌 깃발을 세차게 흔들었다.
조용필은 ‘단발머리’(1979)를 비롯해 록페스티벌에 맞춰 강렬한 록으로 편곡한 ‘자존심’(1982), ‘못찾겠다 꾀꼬리’(1982), ‘그대여’(1985), ‘판도라의 상자’(1997) 등 자신의 음악 여정을 총망라했다.
그는 ‘꿈’(1991)을 부를 때는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도 22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짱짱한’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했다. 또 직접 기타를 치며 ‘장미꽃 불을 켜요’(1991)를 부르는 모습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마치 노래 가사처럼 ‘밤하늘 속에서 꿈꾸는 어린왕자’ 같았다.
공연은 ‘모나리자’와 ‘헬로’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특히 사전 히트곡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선택한 ‘모나리자’ 무대에서 관객들은 이 곡을 ‘떼창’으로 불렀다. 신·구 세대가 어우러진 폭발적인 반응에 조용필도 흥을 참지 못하고 “굿(Good)!”이라고 화답했다.
19집 발표에 앞서 먼저 공개돼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한 ‘바운스’가 흘러나오자 이를 알아챈 젊은 관객들의 함성이 더해지면서 장내는 한층 뜨거워졌다. 어느새 모두 일어난 관객들은 “헬로~ 헬로~ 헬로~”를 함께 따라 불렀다. 래퍼 버벌진트는 맛깔난 랩을 버무려 박수를 받았다.
특히 ‘슈퍼소닉 2013’의 캠페인송으로 지정돼 앞서 후배 가수들과 함께 부른 버전이 공개된 ‘여행을 떠나요’에서는 모든 관객이 ‘방방’ 뛰는 통에 ‘쿵쿵’ 울리는 바닥의 진동이 공연장 뒤편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조용필은 ‘해바라기’(1990),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 ‘나는 너 좋아’(1983), ‘여행을 떠나요’(1985)를 앙코르로 선보이고서 무대를 떠났다.
‘가왕’의 힘은 이날 관객 구성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록페스티벌이 그동안 20-30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된 것과 달리 단체로 공연장을 찾은 그의 팬클럽 1000여명을 비롯해 중·장년 층 관객이 대거 몰려든 것.
리듬에 맞춰 감각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한 젊은 관객과 그 옆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중년 여성 관객의 풍경은 세대가 어우러진 ‘축제의 장’을 이뤘다.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록페스티벌을 찾은 관객 김용한(58)씨는 “조용필 록의 진면목을 볼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젊은이들이 즐기는 록페스티벌의 분위기도 볼 겸 왔다”며 “기존의 트로트나 발라드보다 강렬한 록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조용필과 젊은이들의 만남이 이뤄져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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