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는 '애국가' 연주 팬서비스…신중현그룹도 노익장 과시

메탈리카 그룹 연주 '록의 교본'다운 날카로운 사운드가 공기를 가르자 록 팬들의 축제가 시작됐다.

록 음악계의 전설인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Metallica)가 30분 늦게 등장했지만 4만 관객은 교주를 맞은 광기 어린 신도들처럼 삽시간에 끓어올랐다.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Citybreak)'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오른 메탈리카가 내한 공연을 열기는 1998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

1981년 결성돼 30여 년간 '메탈의 신'으로 불리며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 그룹답게 이들의 카리스마에 매료된 관객들의 환호는 굉음처럼 쏟아졌다.

팬들은 열대야도 잊은 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박수치고, 헤드뱅잉을 하거나 물을 뿌리는 등의 슬램(Slam. 록 공연에서의 격렬한 움직임)까지 록 팬 고유의 문화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오프닝 곡 '힛 더 라이츠(Hit The Lights)'와 '매스터 오브 퍼핏츠(Master Of Puppets)'부터 내달리는 이들의 장엄한 연주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한층 말쑥해진 보컬 제임스 헷필드가 볼이 떨릴 정도로 배에서부터 토해낸 소리는 주경기장을 쩌렁쩌렁 호령했다. 커크 해밋의 기타 리프(Riff·반복된 선율)는 화려한 주법을 구사하면서도 정교했고, 혀를 쑥 내밀며 스틱을 내려치는 라스 울리히의 드럼 연주는 심장을 '쿵쿵' 울렸다. 로버트 트루히요의 수려한 솔로 베이스 속주는 지판에서 손이 춤을 추는 듯했다.
멤버들은 연주를 멈추고 떼창하는 관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제임스는 땀을 연방 훔치면서도 관객들의 에너지에 화답하듯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두 유 필 잇(Doe you feel it)?" "뷰티풀 서울(Beautiful Seoul)"이라고 외쳤다.

'새드 벗 트루(Sad But True)' 등 전성기 시절 곡으로 이어진 무대 백미는 역시 대표곡 '원(One)' 때였다. 번득이는 조명과 함께 포탄이 터지는 '두두두두' 효과음이 들리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일제히 휴대전화로 촬영을 시작했다. 감성적인 멜로디의 기타 선율의 전주부터 허밍으로 떼창하는 관객들은 장관을 연출했다.

공연 말미 멤버들은 이례적으로 엔딩 멘트를 한마디씩 하며 "고맙다. 빠른 시간에 다시 오겠다"고 화답했다.

신중현현장에서 만난 회사원 백지윤(36) 씨는 "오늘은 록 팬들의 명절과 같은 날"이라며 "한 치의 오차 없는 합주와 멤버들의 엄청난 카리스마는 전성기 시절과 같다. 록그룹으로는 단연 갑"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메탈리카에 앞서 이날 열린 신중현 그룹의 무대도 노익장이 빛난 무대였다.

신중현은 이날 록밴드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기타), 서울전자음악단으로 활동 중인 신윤철(기타, 키보드) 두 아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백발을 휘날리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펜더 기타를 연주한 그는 '빗속의 여인', '커피 한잔' 등 대표곡을 강렬한 록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거짓말이야'를 부르기에 앞서 "1970년대에 (내 노래가) 금지를 당했다"며 "'거짓말이야'는 사랑 이야기인데 정치권이 자기네들에게 하는 얘기라 여겼는지 국내 금지 1호 곡이 됐다"고 소개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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