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어릴 적 영광의 레이서라는 만화가 있었다. 자동차레이싱을 다룬 만화였는데 기자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은 이 만화에 푹 빠져 지냈다. 주인공의 자동차는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스포츠카였다. 이 차에는 말하는 컴퓨터도 있었고, 성능이 뛰어난 데다 온갖 장치가 달려 그야말로 남자아이들의 드림카였다. 주인공은 유니콘을 타고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며 항상 우승을 차지한다. 기자를 비롯한 남자아이들은 드림카를 타고 서킷을 달리며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꿈꿨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고 직접 자동차를 몰아보니 영광의 레이서와는 전혀 달랐다.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위험 속에서도 만화와 현실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비게이션을 만화에 나오는 말하는 컴퓨터와 착각을 한 건지, 아니면 자신의 차량이 유니콘이라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수많은 차량이 있는 도로를 마치 경주용 서킷인양 달리는 운전자들 때문에 행인은 물론 다른 운전자들은 진땀을 뺀다. 더 가관인 것은 신호위반이나 교통법규 위반을 한 차량을 보고 다른 차량이 상향등을 키거나 경고를 주면 오히려 그 차량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으면 끝까지 쫓아가 추월한 뒤 차량을 세워 주먹다짐까지 벌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7일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서 한 운전자가 자신에게 상향등을 켰다는 이유로 뒤따르는 차량을 세우기 위해 급정거, 5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만화와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 없이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만 명심했으면 한다. 만화 속 자동차는 사고가 나더라도 사람이 죽는 경우는 없지만 현실 속 자동차는 달리는 쇳덩이일 뿐이다. 자신의 운전부주의와 난폭운전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남의 생명도 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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