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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내 안에 있다
적은 내 안에 있다
  • 동양일보
  • 승인 2013.08.1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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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러 종류의 모임이 많다. 모임에 가 보면 회장 안 해 본 사람이 없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회장님’하고 불러주면 거의 다 통한다. 한 번 쯤은 다 회장을 해 봤기 때문이다. 작은 모임의 회장부터 큰 단체의 회장까지 하나쯤은 돌아가면서 다 해 본 모양이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도 생각해 보면 뭔가 한 가지 회장은 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만큼 모임을 좋아한다. 크고 작은 모임이 보통 5 ~ 10개쯤은 다 있다.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필자도 뭔 모임이 이리 많은지 단체의 자문위원만 30개가 넘는다. 이러다 보니 매일 모임의 연속이고 저녁 회식은 기본이다. 그 덕분에 인격과 덕망은 모두 뱃살에 모여들고 있다.

다문화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단체 또한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겼다. 여기저기 많이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부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도 많다. 2002년 처음 필자가 다문화가정의 식구들과 한글 수업을 할 때문 모임이라는 명칭도 없었다. 그냥 한 두 가정 모아놓고 한글을 지도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인원이 늘어나고, 커지다 보니 커다란 단체가 되었다. 필자는 다문화센터하고 함께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단체에 들어가서 한글을 지도했고, 그 후 많은 민간단체들이 생겨났다. 인원이 많아지면 당연히 불협화음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다문화00모임, 다문화XX모임 등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졌고, 또 다른 모임이 계속해서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아내들의 출신국을 중심으로 베트남 모임, 필리핀 모임, 캄보디아 모임 등이 생겨나고, 또 이어서 남편들의 나이에 따라 또래 모임이 생겨났다. 그러다가 다시 이래서는 안 된다는 누군가의 의견에 따라 다시 군조직을 새롭게 정비하여 큰 단체로 통합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다시 소모임들이 활성화되고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회장을 따르는 사람과 총무를 따르는 사람, 고문을 따르는 사람들로 나뉘고 또 분열되어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것이 우리나라 다문화가족 모임의 현실이다.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 많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지원을 바라고 만들어진 단체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순수한 봉사정신에서 시작했는데, 지원이 늘어나고 각종 단체에서 후원하는 것을 받다 보니 단체 내부에서 작은 갈등이 시작되었다. 초창기에 시작했던 다문화단체의 장들이 지금 많이 교체되었는데, 그 중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로 물러난 분들도 적지 않다. 봉사에 금전적 갈등을 얹으니 불협화음이 생겨서 그렇게 된 것이다. 필자가 주관하고 있는 단체는 국가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받으면 서류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봉사의 순수성이 떨어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자금은 이사들이 회비로 충당하고 교육의 대부분은 회원 교수들의 재능기부로 한다. 외부자금을 받지 않고 순수회비로 충당하다 보니 힘들기는 하지만 갈등은 없다. 명예를 취하려하지도 않고 상대방을 깎아 내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서로를 격려하고 봉사하려고 한다.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은 자진해서 자녀돌보는 일에 참여한다. 교수들은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미리 얘기하면 본부에서 적당히 배정한다. 미리 주분 받아서 정하는 것이기에 별 탈이 없다. 그래도 급한 일로 강의에 차질이 생길 경우 미리 전화를 하면 필자를 비롯한 운영위원들이 대신 강의를 한다. 다만 지나치게 전공이 다를 경우(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어인데 무슨 전공이 필요하냐고 하지만 그 안에 많은 분야가 있다. 필자는 대조언어학 분야는 전혀 모른다) 급하게 수소문하면 불원천리하고 달려오는 분들이 있다. 이렇게 봉사를 바탕으로 모임이 결성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금전적 이해관계가 갈등의 소지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이 내려놓기

또 하나의 문제가 되는 것이 나이문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형님 아우 찾기를 좋아한다. 전에 만난 다문화가정의 임원도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낸 것이 직위와 나이로 인한 갈등문제였다. 다문화가정의 남편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물론 최근 결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만 초창기에 결혼한 사람들은 필자의 세대와 비슷하다. 필자보다 많은 사람도 가끔은 있다. 그러다 보니 모임 중에서 나이로 인한 갈등이 많다. 지위는 높은데 나이가 어린 경우 서로 존대하거나 높여주면 되는데, “내가 나이가 많은데 네가 뭘 알아?”하는 식으로 말을 하면 회의가 진행 되지 않는다. 다문화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자신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갈등이 심한 모양이다. 큰 틀을 보고 그 안에서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이 나이를 가장한 서열의식이다. 형님 아우 찾으면서 친근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모임에서 나이를 앞세워 권위를 대신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비단 다문화가족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총체적인 갈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띠가 뭐냐며 시작하는 나이의 서열관계다. 페이스 북이나 카카오 톡에서는 모두(부자간에도) 친구라 한다. 이것은 지나치게 서구적인 맛도 있지만 이 속에서도 뭔가 배웠으면 좋겠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친구가 되는 카카오 톡도 문제지만 한 두 살 많다고 모임에서 권위를 찾고 회의진행을 방해하는 것은 이제 고쳐야겠다.

노안으로 글자가 잘 안 보이는 이유는 자신의 내부를 보라는 혜안을 갖자는 뜻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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