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엄마순찰대... 주부 청소년지킴이들, 시간 쪼개 발품 봉사

출동 전 대원들이 순찰코스를 협의하고 있다. ‘청양군 엄마순찰대(대장 최영문)’가 지역 청소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엄마순찰대는 청소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탈선행위를 직접 나서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탄생한 자율봉사단체다.
현재 전국에서 대전·충남지역에만 조직돼 있다.
대전에는 아직 구단위 지역 일부에서만 활동 중이지만 충남의 경우 도내 15개 시·군 전 지역에서 조직돼 맹활약 중이다.
청양군 엄마순찰대는 지난 2010년 3월 청양지역 20~60대 주부 10여명이 의기투합해 발족했다.
올해로 4년째 활동을 이어오면서 대원수도 43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자녀를 둔 어머니들 사이에 아이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청소년 탈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아이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너도나도 자진해 청소년지킴이를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순찰대에 참여한 대원들은 대부분 전업주부이거나 부업을 가진 이들로 가사나 직장일로 각자 바쁜 생활 중에도 시간을 쪼개 청소년 보호활동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대원들은 매주 1회씩 3~4개 조로 나눠 각 읍·면 소재지 학교 주변과 시내 중심가 및 재래시장, 소공원, 변두리 우범지역을 순회하며 청소년 폭력이나 성 문란행위, 밤거리 배회 등 청소년 탈선행위를 감시 선도하고 있다.
처음 순찰활동에 나서서는 으슥한 골목길에서 취객과 마주치거나 깜깜한 밤에 외딴 취약지 등을 돌 때는 섬뜩해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행 대원들끼리 용기를 북돋워가면서 활동 횟수가 늘어나면서 어느새 담력도 커져갔다.
최근 전국적으로 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빈발하면서 엄마순찰대의 감시 눈초리도 더욱 매서워졌다.
요즘은 밤늦게 배회하는 청소년을 목격하고서 이들을 조용히 타이르면 대부분 엄마순찰대의 선도에 순순히 응할 만큼 이들의 활동은 이제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을 보호해주려는 엄마 같은 존재가 됐다.
폭력에 떠는 아이들에게는 등불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정복차림의 엄마순찰대.경찰복과 흡사한 엄마순찰대의 제복과 명찰, 흉장, 호루라기, 안전봉 등 순찰대의 외모도 단속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오삼순(58·비봉면 양사리) 대원은 “순찰대가 아이들의 비행을 방지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몇 시간동안 도보로 활동하다보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돼 일석이조”라며 “야간순찰이 힘들어도 보람이 더 커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활동에 애로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제복과 활동용품 등이 부족한데다 저녁 무렵부터 3~4시간 돌아다닌 후 시장기를 느껴 분식집을 찾아 라면 하나라도 먹는 것도 대원들 각자의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원거리에서 참여하는 대원들은 교통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원들의 제복은 충남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지난 3년간 매년 12벌씩 그동안 36벌을 지원받았으나 대원수에 비해 모자란 형편이어서 일부 대원들은 옷을 빌려 입고 순찰을 돌기도 한다.
올 봄에는 충남지방경찰청에서 눈·비가 올 때 쓰라고 우의 17벌을 지원해줬지만 이 또한 인원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밖에 명찰과 흉장, 호루라기, 안전봉 등 순찰장비도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회원들은 3개월마다 2만원씩 회비를 거둬 비품을 구입하고, 단합행사도 갖는 등 여의치 않은 여건 속에서도 회비를 아껴 불우아동을 도울 계획도 세우는 등 의욕이 넘친다.
낮에는 청양중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하면서 엄마순찰대의 총무를 맡고 있는 윤복경(52)씨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입장에서 주위의 후원을 바라는 건 염치가 없다”면서도 “겨울철 활동에 필요한 외투나 털구두 등은 어디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래저래 활동여건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서도 대원들은 ‘우리아이는 우리 엄마들이 돌봐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청소년들의 탈선 방지를 위해 밤거리로 나서고 있다.
<청양/박호현>

청양군 엄마순찰대 대원 명단
△대장 최영문 △부대장 이미자(비봉면) △사무장 윤복병 △홍보 이미자(청양읍) △대원 김정숙 △김근숙 △조명숙 △유미숙 △한미순 △이구익 △방명애 △김연옥 △박인선 △장현숙 △이복이 △최복섭 △추영란 △강미향 △이영이 △우미숙 △정기숙 △김혜숙 △정홍도 △최선자 △김정예 △최연희 △최덕옥 △김옥진 △강기자 △김정옥 △강영숙 △송채순 △양명희 △오삼순 △장병화 △오옥정 △이선옥 △육영수 △박성자 △지미선 △김정화 △명묘순 △박정미


인터뷰/ 최영문    청양군 엄마순찰대 대장
무보수 봉사, 주위에서 알아주니 ‘뿌듯’
“자기보다 남의 처지를 우선시하고, 남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무슨 일을 맡겨도 척척 처리하는 ‘똑순이’로 소문났지요.”
청양군 엄마순찰대 최영문(56·사진) 대장에 대한 주위의 평이다.
책임의식이 강하고, 몸에 밴 봉사정신으로 그동안 지역의 각종 사회단체 등에서 왕성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얼마 전까지 청양군재향군인회 여성회 총무를 지냈고, 현재 (사)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청양군지부 사무국장과 인근 예산군의 능금로타리클럽 총무 일까지 맡고 있다.
여기다 청양 청신여중 총동창회장 직을 지난 2005년부터 9년째 연임해오고 있는가하면 주부클럽 회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활동력이 대단하다.
최 대장은 “처음 엄마순찰대가 발족할 때만해도 어용단체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이제는 주위사람들이 청소년 보호를 위한 뜻 있는 일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묵묵히 헌신하는 무보수 봉사단체로 인정해줘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 대장은 열정적으로 순찰활동에 참여해 주는 대원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정주부들이 순찰장비와 교통비 등의 비용을 들여가며 활동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최 대장은 엄마봉사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후원의 손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인근 보령과 부여, 서산, 당진, 논산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제복 구입비나 활동비 등이 다소 지원되고 있다지만 아직 청양군으로부터는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쉬워했다.
개인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몇 명 데려다 보살펴주고 싶다는 최 대장의 장남 이강수(32)씨도 모친을 닮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현재 대전성모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근무 중이다.
3년 전 심장판막 수술을 받아 지금도 매월 1회씩 서울의 병원으로 정기검진을 다닐 만큼 성치 않은 몸이지만 최 대장의 봉사활동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주춤거림이 없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