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충북 맞닿은 문경새재

문경새재 1관문옛길 문화의 산실이자 자연경관 빼어나기로 유명한 경북 문경. 문경의 자랑이자 선비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문경새재’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될 정도로 그 명성이 한국을 넘어선 이곳이 가족나들이 코스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경북 뿐 아니라 충북 충주와 괴산이 맞닿아 있어 충북도민들에게도 친숙한 여행지다.

그 옛날 산이 높고 험준해 새들도 날다가 쉬어간다 해서 이름 붙여진 ‘새재길’은 해발 650m 정상 3관문까지 6.3㎞의 구간이 아름다운 옛길로 남아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관광지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 100선’ 투표에서 1위에 뽑히기도 했다.

막바지 여름휴가를 떠나려 준비하는 이들이나 가족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문경새재’로 가보자.

●먼저 보는 문경 ‘자연생태공원’
문경새재(명승 32호)를 오르기 위해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접어들었다면, 가장 먼저 ‘문경 자연생태공원’을 들러보자. 새재 입구에 자리한 자연생태공원은 옛길 박물관과 마주하고 있다.
3만9452㎡의 광활한 공간에 습생초지원, 생태습지, 생태연못, 야생화원, 건생초지원 등의 테마별 자연생태가 집약적으로 조성돼 있다.

야생화단지에는 교목과 관목, 초화류 등 173종 13만 그루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문경새재만의 주요 식물 자원도 찾아볼 수 있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에도 그만이다.

야외조각공원, 전통정자, 실개천, 연못, 암석원, 죽림원 등과 함께 산책로와 솟대, 정자 등도 추가로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맞은편의 옛길박물관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문경은 ‘길’과 연관성이 큰 도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인 ‘하늘재’(서기 156년 개척), 옛길의 백미(白眉)이자 한국의 ‘차마고도’로 일컬을 수 있는 ‘토끼비리’(명승 31호), 영남 대로와의 허브 역할을 맡았던 유곡역이 있어 길 문화의 대표도시라 할 수 있다.

옛길박물관은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의 소통로(疏通路)로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불려온 문경새재를 왕래하던 옛 선비들의 문화와 발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이곳에는 과거 선비들이 사용하던 유물은 물론, 유행록(遊行錄)이나 열하일기(熱河日記) 등 문경새재를 지나며 옛날 길 위에서 일어난 각종 여행 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중요민속자료 254호인 문경 평산 신씨 묘 출토복식과 같은 문경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유산도 있으니 꼭 한 번 들러보자.

●편안한 대화 속 산행하는 ‘산책길’
문경새재 황톳길옛길박물관을 뒤로하고 산책로 입구에서 장승공원을 지나 새재 1관문인 주흘관에 들어서면 주흘산~부봉~마패봉을 거쳐 3관문인 조령관까지 도착하는 산행길과 평탄한 산책길 두 갈래로 나뉜다.

산행길로 가면 혜국사, 대궐터, 여궁폭포 등 자연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산길에 익숙하지 못한 가족들과 함께라면 조금은 부담스럽다. 산책길은 편안한 대화를 즐기며 산을 즐길 수 있는데, 완만한 경사 덕에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온 관광객 대부분은 걷기 편한 이 길을 선택한다.

이곳에서 조금 오르면 1관문인 주흘관에 다다른다. 이곳 앞 넓은 잔디밭은 연인들이 데이트하기에 좋은 장소로 자연과 하나 되는 만족감을 맛볼 수 있다.

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면 곧이어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지로 유명한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지난 2000년 문경시와 KBS방송사가 공동으로 6만6000㎡(2만평) 부지에 조성해 놓은 오픈세트장이다. 고려궁, 백제궁은 물론, 양반가, 민가가 잘 어우러져 있으며 인기 드라마 ‘마의’ 촬영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최근에는 ‘칼과 꽃’ 촬영이 이뤄지고 있어 연인, 가족들의 기념사진 촬영장소로 인기 만점인 곳이다.

여기부터 2관문 조곡관까지는 약 3㎞ 정도의 거리다. 지름털바우와 옛 관리들의 숙식·편의시설로 사용되던 조령원터 주막, 팔왕폭포(용추), 산불됴심비를 만날 수 있다.

전국에 용추폭포라 불리는 곳은 여러 곳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이 가평 용추계곡과 경남 함양의 용추계곡, 문경의 용추계곡이다.
용추계곡의 가장 대표적인 곳인 용추폭포는 보는 각도에 따라 하트 모양이 되기도 하고 뒤집어서 보면 복숭아 같다고 한다. 용소에는 암수 두 마리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전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폭포 양쪽의 거대한 화강암에는 용이 승천하다가 남긴 용의 비늘 흔적이 있다.

●문경새재아리랑 가락이 절로
비빔밥조곡관을 지나 소나무 숲 사이 조곡약수는 청산계곡 사이로 흐르는 용천수로 3관문에 있는 조령약수와 함께 여행객들에게 맛 좋은 물로 정평이 나 있다.

조곡약수와 귀틀집을 지나면 문경새재아리랑비를 만난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 홍두깨 방망이 팔자 좋아 / 큰 아기 손질에 놀아난다 / 문경새재 넘어갈 제 / 굽이야 굽이야 눈물이 난다.’ 문경새재아리랑 노랫말에 담긴 문경새재를 실제로 체험하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제대로 음미하려면 너무 편한(?) 산책길 보다 옛날 ‘고갯길’을 넘어야 아리랑 가락이 절로 나온다.

문경새재를 지나다 보이는 ‘장원급제길’은 옛 선비들이 한양으로 갈 때 넘나들던 그대로의 길을 보존해 놓았다.

예부터 이 길은 지나던 선비들이 장원급제한 경우가 많아 ’장원급제길‘이라 불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곳에 소원을 빌면 장원급제를 한다는 전설의 ’책 바위‘가 자리하고 있어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몇 걸음 더 내딛으면 곧바로 정상이 눈에 들어오면서 주흘산과 조령산을 좌우배경으로 우뚝 선 3관문 조령관이 나온다. 산 정상에 오른 성취감에다 조령약수 한 사발 마시면 길을 오르면서 느꼈던 피로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 오미자막걸리 한 사발 ‘신선놀음’
문경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새재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오미자를 가공한 식품들을 전시한 오미자 전시관을 들러본 뒤 문경약돌한우, 약돌돼지, 산채비빔밥, 오미자막걸리를 쭉 들이키며 허기진 배를 달래면 신선이 부러울 것 없다.

이 코스를 거쳐 문경의 또 다른 매력인 문경 기능성 온천도 들러보자. 수질 좋은 온천물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산행으로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진다. 이곳 기능성온천은 두 가지 온천수로 나뉘는데 칼슘·중탄산탕 온천은 류머티스, 만성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에 좋고 알칼리성 온천은 만성피로와 상처의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이름나 있다.

동양의학과 서양의 전통욕법을 결합시켜 물의 수압을 이용한 기능성 욕조가 설치돼 있어 지압 효과, 혈행 촉진, 원기회복 등에 효과가 있으며 현대인 특유의 질병인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국민여가캠핑장은 웰빙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질 좋은 황토로 지어진 스머프 마을 9개동과 꼬마 스머프에 나오는 아기자기한 버섯모양의 이글루 마을 6개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높은 지대에 자리해 건물 안에서도 문경새재의 자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 밖에도 가까이 즐길 수 있는 즐길거리로는 진남역, 불정역, 가은역을 이용한 철로자전거, 사계절 운영되는 썰매장, 석탄산업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석탄박물관, 전통도자기를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문경도자기전시관이 있다.
또 문경시 불정동 자연휴양림에 자리한 짚 라인은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대로 줄을 타고 하늘을 비행하는 듯 총 길이 1.3 ㎞를 9개 코스로 나누어 2시간 20분 정도를 이동하며 즐기는 신개념 레포츠로 별도의 교육 없이도 남녀노소 누구나 옛 영화 ‘타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매력 만점의 레포츠다.             <이도근>


● 여행정보 ●

●문 의
문경시 문화관광(tour.gbmg.go.kr·☏054-550-6392), 문경온천(☏054-572-3334),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054-572-2785), 옛길박물관(www.oldroad.go.kr·☏054-550-8366), 문경새재도립공원(saejae.mg21.go.kr·☏054-571-0709).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여주 IC→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방향→문경새재 IC→문경읍

●주변 볼거리=운달계곡, 혜곡사, 가은오픈세트장, 견훤유적지, 문경활공랜드, 문경관광사격장.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