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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설 VS 자기소개서
자기소설 VS 자기소개서
  • 동양일보
  • 승인 2013.08.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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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두<청주 봉명고 교사>
아이들의 자기소개서 첨삭에 머리를 쥐어 뜯고, 가슴 치며 답답해하던 것이 어느새 1년 전 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시철이 돌아왔고, 아이들은 너도 나도 자기소개서를 들고 다닌다. 유명 사립대 이름이 찍힌 자기소개서를 들고 다니며 마치 본인이 벌써 그 학교 14학번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손에 들어오는 자기소개서의 양도 늘어만 간다. 첨삭을 해서 돌려주면 당연히 내게 남은 양은 줄어 들어야 할텐데도 이상하게도 하나를 돌려보내면 둘이 돌아오는 통에 오늘도 머리를 쥐어뜯는다.
하여 작년 이맘때 소개했던 ‘자신있게 자기를 소개하라’편에 이어 몇 가지 조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잘못된 자기소개서는 대략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화려한 수식형’이다. 문항마다 자수는 채워야 하고, 본인이 한 활동은 한계가 있으니 온갖 화려한 수식을 앞뒤로 붙여가며, 같은 내용을 형식만 조금 바꿔 반복해 채우는 경우이다. 수식어를 지우고 나면 실상 남은 것이라고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이럴 경우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다양한 이야기를 문항에 맞게 생각해내야 한다.
두 번째는 ‘맹목적 주장형’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주장할라치면 마땅히 그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야 할 것인데, 사례는 없고 맹목적으로 주장만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나는 리더십이 있다. 왜냐하면 반장이니까’식이거나 ‘나는 리더십이 있다. 왜냐하면 리더십 동아리 회원이니까’라는 식이다. 이럴 경우 반장을 수행하며 어떠한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었는지, 리더십 동아리의 어떠한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배우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세 번째는 ‘단순 나열형’이다. 이 경우는 보통 다른 아이들보다 소위 스펙이 많은 아이들에게서 주로 보이는 유형이다. 앞서 언급한 수식형과는 반대되는 경우로서, 자수는 한계가 있는데 본인이 한 활동은 넘쳐나니 단순히 스펙을 나열하는데 그치게 된다. 이럴 경우 본인이 행했던 A라는 활동을 서술할 때, 활동 자체도 중요하지만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발휘한 역량과 수행 이후에 본인이 느낀 점을 위주로 서술해야 한다.
네 번째는 ‘허구형’이다. 말 그대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이다. 사실에 기반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허구에 기반한 자기소설을 쓰는 것으로서, 앞서 언급한 그 어떠한 경우보다 위험하며, 만약 면접 장면에서 입학사정관에게 들통날 경우 그 순간 면접은 종료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마지막은 ‘지나친 겸손형’이다. 사실 우리는 예전부터 인간이 갖춰야 할 미덕 중 ‘겸손’을 중요시해왔다. 그렇다보니 알고 있어도 모르는 척, 잘 할 수 있어도 어느 정도 하는 척할 것을 은연 중에 가르쳐왔다. 이러한 성향은 자기소개서 곳곳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한 것 같다’라든지 ‘~라고 생각한다’라든지 하는 문장들이 그것이다. 이럴 경우 ‘~이다’류의 문장으로 자신감과 확신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보다 당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첫째, 문항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아이들 대부분이 자기소개서를 쓴다 하면 문항은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무작정 써내려가기 바쁘다. 그렇다보니 문항에서 요구하는 답안이 아닌 엉뚱한 이야기로만 도배한 채 자수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문항에서 무엇을 쓰라고 했는지 요소별로 정리하여 선후관계나 인과관계를 고려해 작성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원동기와 그에 따른 본인의 노력과 준비에 대해 서술하라는 문항의 경우 지원 동기를 구체적으로 쓰고, 본인의 활동 중 진로와 관련된다싶은 활동을 쓰라는 것인데 정작 아이들은 지원동기도 명확하지 않고, 본인의 진로와 관련없는 아무 활동이나 언급하며 자수만 채우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둘째, 본인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직업 세계이지 대학 과정이 아니다. 대학 과정은 본인이 수행하게 될 직업에 있어 역량을 키우는 하나의 정류장과 같은 과정적 개념이지, 종착역의 결과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데 아이들은 대학에 함몰되어 마치 대학 입학이 꿈인 것처럼 구구절절하게 서술한다. 예를 들어 우리 앞에 유명 사립 대학 입학이 꿈인 아이가 있다고 하자. 그 아이가 정말 그 대학에 합격하게 된다면 그 아이는 꿈을 이룬 것이 되어 버린다. 더 이상의 발전 동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그런 학생을 원치 않을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본인의 직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해당 대학의 어떤 점이 그러한 자질을 키워 줄 것이라 생각했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학 입학은 물론, 졸업 후에 있어서도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만이 본인의 강점이 더욱 두드러져 보일 것이다.
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은 며칠 남지 않고, 2학기 중간고사는 본다고 하는데, 자기소개서는 써야겠고, 이래저래 막막하고 갑갑하기만 한 아이들에게 자기소개서 밖에서만큼은 ‘괜찮아. 무조건 잘 될거야’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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