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위대학 학생부위주 수시 줄이고 수능위주 정시 늘리면 효과 반감

교육부는 27일 내놓은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학교생활기록부가 대입전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도록 교과성적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비교과 기재내용을 충실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구술면접이나 적성고사를 폐지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해 대학입시의 전형 요소를 수능, 학생부, 논술 3가지만 남기겠다는 정책방향을 분명히 했다.

언뜻 대입에서 학생부 비중이 늘어날 것처럼 보이지만 중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위주로 뽑는 정시모집을 늘릴 가능성이 커 실제로 학생부가 중시될지는 미지수다.

●학생부 어떻게 바뀌나…비교과 서술형은 분량 제한

학생부의 교과성적 뿐 아니라 교과 발달사항, 예술 및 체육활동을 포함한 비교과활동 사항을 대학 및 모집단위 특성에 맞게 평가하라고 권장한다.

예를 들어 모집단위별로 특성에 맞는 교과의 학생부 성적을 중점 반영하거나 수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을 활용하지 않으면 학생부의 '한국사' 성적을 반영하는 식이다.

특히 대학의 '학생부 위주 전형'은 외부 실적 등을 요구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추가 전형요소도 최소화하도록 했다.

제출서류는 자기소개서·추천서 등 학생부 기재내용을 확인하거나 보완하기 위한 자료로 한정한다. 공인어학성적, 교과관련 외부수상실적 제출은 엄격하게 금지한다.

비교과 서술형은 기재분량을 제한할 방침이다.

고교에 따라 학생부 분량이 천차만별이며 수상 실적을 과대포장하는 등 '뻥튀기'가 심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교과학습발달상황 및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특기사항'의 경우 장황한 나열식 기재보다는 개인별 특성이 드러나는 핵심사항 중심으로 간략하게 쓰도록 한다.

'독서활동상황'의 경우 독서 관심 분야 및 읽은 책, 흥미 등 사실 위주로 간략하게 입력하게 한다.

성취평가제는 예고대로 내년 고1부터 적용하지만 대입 반영은 2019년까지 유예하고 현행처럼 석차 9등급,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대학에 제공한다.

●중상위권 대학 학생부 불신 여전…정시모집 늘릴 경우 효과 반감

중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를 불신하고 있다. 지원자들의 출신 고교별로 학력차가 뚜렷해 학생부 등급이 같더라도 학력수준이 다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행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설정, 학생부 등으로 선발후보를 추린 뒤 수능성적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사실상의 수능 전형을 해왔다.

교육부가 이번 개편안에서 수시모집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말라고 권장함에 따라 중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시모집 비중을 줄이고 정시로 선발 인원을 대거 넘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개편안에 대해 많은 대학이 정시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 학생부 비중을 강화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게다가 특목고나 전국단위모집 자사고생이 매우 유리해질 수 있었던 학생부 성적 성취평가제도 유보돼 중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를 더욱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그러나 2017학년도 이후에는 상위권 대학 이외에는 충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대학 정원이 남아돌기 시작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 방향이 맞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른바 상위권 대학이야 정시모집을 늘려 우수 학생을 골라 뽑을 수 있겠지만 정원을 채우는 것도 힘든 대학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그렇다면 수능점수에 연연하기보다는 학생부에 적힌 꿈과 끼를 충실히 평가해 자기 대학 특성에 맞는 학생을 뽑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