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하여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침수되어 전원 및 냉각 시스템이 파손되고 용융과 수소 폭발에 따른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사고를 말한다. 후쿠시마 이전의 최악의 원전사고로서는 1986년 구소련의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와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의 사고를 꼽을 수 있다. 체르노빌 사고는 약 800만명의 피폭자와 9,3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약 70여만명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참고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사건과 동일한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중 최고인 7등급이다.

같은 7등급 사고이지만 체르노빌 사고는 방사성 물질이 육상과 대기에 노출되는데 그쳤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육상과 대기 뿐 아니라 높은 농도의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대량의 냉각수에 의한 지속적인 해양 오염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일본의 침묵은 사고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초기 사고 등급을 4등급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 당국은 한번도 자발적으로 피해 상황과 향후 피해 규모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사고 발생 한달 동안 슬그머니 사고 등급을 4등급에서 5등급으로 급기야는 최고 등급인 7등급으로 향상 조정하였다. 참고로 사고 등급에서 1등급간 피해 규모는 10배에 이른다.

한동안 잊혀질 뻔했던 후쿠시마 원전의 위협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 부근에서 오염수 표본을 검사한 결과 고농도 방사능이 검출되었을 뿐 아니라 그 양이 도호쿠 대지진 당시보다 많은 양임을 발표하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그동안 오염수의 해양 유출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은 발표이기도 했다. 그런데 도쿄전력이 처음으로 방사능 오염 측정용 우물에서 이상 수치를 파악한 것은 지난 5월말이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2011년에 이미 외교부를 통해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해상 방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충분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었다. 최근에는 지난 14일 일본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일본정부로부터 아무런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정부측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 일본 국민은 물론 인접국인 우리나라 국민들조차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과거사 문제, 종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을 포함한 양국 간의 각종 문제에 대해 명확한 사과와 해명이 없었던 일본이었고 때로는 적반하장 격으로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미화하기에 바쁜 일본정부였다. 그러나 지금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당장 우리 국민의 보건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더 이상의 은폐는 우리 국민의 대일 감정만 악화시킬 뿐임을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SNS를 중심으로 한 근거 없는 괴담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모름지기 괴담이란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공식적인 기관에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보와 대책을 보다 강력하게 촉구해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