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 코너 '뿜엔터테인먼트' 팀…유행어 낳으며 인기

앉아 도도하게 대본을 넘기던 톱스타 김지민은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 '흠칫' 놀란다. 그러나 이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담배 피우는) 이건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한 마디에 관객과 시청자는 배꼽이 빠진다.

그를 비롯해 발만 동동 구르는 소속사 사장 김원효, 스타 소지섭이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배우 김민경, '잠시만요~ 보라 언니 xx 하실게요'라고 까랑까랑 외치는 스타일리스트 박영은 등은 10여 분 길이의 코너 내내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바로 KBS 2TV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뿜엔터테인먼트'다. 지난 25일 이 코너의 시청률은 17.5%(닐슨 코리아·전국 기준)에 달했다.

28일 여의도 KBS 인근 한 카페에서 '뿜엔터테인먼트'에 출연 중인 김지민·김원효·김민경·박은영을 만났다.

"제가 휴대전화 알람을 (박)은영의 '잠시만요~'로 해놨는데, 얼마나 목소리가 큰지 아침에 아내에게 혼이 날 정도였죠. 하하"(김원효)

코너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평생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유행어도 '느낌 아니까~' '잠시만요~' 등 여러 개가 터졌다. 유행어에 민감한 동료 개그맨들조차 이를 휴대전화 벨소리로 설정해 놓았을 정도다. CF 문의도 이어져 김지민은 이미 2개의 광고를 계약했다.

"저도 왜 우리 코너가 인기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사실 연예인 뒷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다들 재미있어하잖아요? 연예 산업을 다룬 개그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캐릭터들이 한 명 한 명 등장한 적은 없었죠."(김지민)

"연예인은 좋은 모습만 대중에게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그 뒤에는 또 다른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상상을 하죠. 그 '뒷모습'을 대중이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요. 저희도 궁금하거든요."(김민경)

사실 '뿜엔터테인먼트'는 하나가 아닌 여러 코너가 합쳐진 것. 신보라와 박은영 등은 다른 코너를 기획했지만 연예인을 소재로 다룬다는 '공통분모' 때문에 힘을 합치게 됐다. 또 할머니가 등장하는 코너를 짜던 김준호는 노(老) 배우 캐릭터로 합류했다.


"코너가 초반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PD님으로부터 "앞에는 재미있지만,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다"는 평을 받고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죠. 나중에 멤버끼리 회의하면서 김지민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보통은 심사에서 한 번 떨어지면 포기하지만, 저희는 '더 재미있게 만들어서 다시 보여드리겠다'고 했죠."(김원효)

이를 옆에서 듣던 김지민은 "그 재미 없다는 캐릭터가 원래 나였다"고 맞장구를 치며 박장대소했다.

"사실 '느낌 아니까~'는 '담배로 도넛을 만들어도 되죠'란 대사 뒤에 그냥 붙인 말이었어요. 그런데 제작진이 포인트를 재빨리 캐치해 윗입술을 들어 올리고 이를 보여 억양을 살리자고 조언해줬죠. 김상미 PD님이 그 표정을 직접 보여주셨어요. 하하"(김지민)

"대중은 직접 보지 않아도 그 '느낌'을 아는 것 같아요. 연예인에게 관심 없어도 그 상황에 공감이 간대요."(김원효)

'뿜엔터테인먼트'가 발굴한 최고의 보석은 바로 KBS 27기 공채 개그우먼 박은영이다. 그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잠깐 등장해 결별을 선언하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용감한 녀석들'을 비롯해 '황해', '버티고' 등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단역을 맡던 그는 '잠시만요~ 보라 언니 xx하고 가실게요'란 유행어를 히트시키며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박은영은 "이 말이 유행어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윗사람에게 존칭을 써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나 직장 상사를 대하는 부하 직원에서 착안했다"고 덤덤하게 설명했다.

그는 사실 2008년 SBS 공채 10기 출신으로 개그계에 몸담은 지 5년이 지났다. 2010년 SBS에서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설 무대를 잃자 몇 차례 도전 끝에 지난해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다.

'뿜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비로소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 서게 됐지만, 요즘도 버스 같은 대중 교통수단을 타고 다닌다.

"무명 때는 돈이 없어서 두어 달 집중적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다섯 달 공연할 돈을 마련하고는 했어요. 언젠가는 다시 무대에 설 날이 오리라 믿었죠. 요즘은 버스를 탈 때 옆 사람이 '잠시만요~'라고 말하면 깜짝 놀라요. 너무나 감사하죠."(박은영)

김민경은 '씨스타 29' 코너를 위해 '뿜엔터테인먼트'를 나간 오나미를 대신해 합류했다. 방송 초반 엇갈린 반응에 마음고생도 겪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개그 포인트가 터지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이전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평도 받은 것.


김민경은 "지금까지 해 본 역할 가운데 이 캐릭터가 가장 힘들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보는 분들도 어색하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시간이 지나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시청자도 더 열린 마음으로 나를 봐주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아직도 김수현, 강동원 등 언급하지 않은 스타들이 많아요. 그런데 요즘 스타들이 결혼을 많이 해서 걱정이에요. '품절남'은 건드릴 수 없잖아요?"(김민경)

'뿜엔터테인먼트'는 화려한 조명 뒤 감춰진 연예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지만, 특정한 사례를 참고해 코너를 꾸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코너가 상승 기류를 타면서 주변에서 많은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제가 실제로 '뿜엔터테인먼트'의 대표였다면 바로 그만뒀겠죠. 연예계에는 별별 사람이 많잖아요. 개그 연기라도 힘들어요."(김원효)

우스꽝스러운 '허당 톱스타' 연기는 자신을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채찍질하는 계기도 된다.

김지민은 "요즘 때때로 과거 2년 반 동안의 무명 시절을 떠올린다"며 "일정이 너무 바빠 잠을 자지 못해도 행복하다. 옛날에 너무나 힘들었기에 절대 여기서 추락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뿜엔터테인먼트'에서 살이 찐다는 이유로 종종 대역을 요구하는 그는 실제로 정극 연기에 도전해보고픈 꿈이 있다.

"제가 연기할 수 없는 역할이 들어온다면 신중히 고민을 해봐야겠죠. 대역이요? 음… 담배를 피우는 장면만큼은 대역을 써야 할 것 같아요. 하하"(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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