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충북 생생연구소장)

지난 주말 충청대에서 충북어린이집연합회 주최로 충청북도 보육정책 토론회 및 보육인 결의대회가 열렸다. 어린이집에 관한 정책에 있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개선해 줄 것을 촉구하는 모임이었다. 어린이집의 불만을 정리해 보면  첫째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주 6일, 1일 1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시간외 수당을 표준교육비에 반영해 달라 둘째는 표준교육비가 너무 낮으니 현실화 해 달라 셋째는 민간어린이집에 알맞은 재무회계규칙을 제정하라 넷째는 평가인증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인증결과에 따른 불이익 정책을 중단하라 다섯째는 공익제보 포상금제도를 전면 폐지하라 여섯째는 어린이집 지도점검의 방식을 개선하라는 것 등등이다.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정부가 이렇게 일리 있는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지 의아했었는데 토론의 맨 마지막에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담당사무관의 답변을 들어보니 정부도 어린이집이 주장하고 있는 문제를 잘 알고 명백히 부당한 것은 최대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100% 만족한 답을 얻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차선책은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여명 정도가 참여한 큰 모임인 만큼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축사를 하는 분들 대부분이 정책 결정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해 책임의 일단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할 분들이고 더 중요한 사실은 어린이집에 관한 정책이 어느 한 정부에서 결정한 것도 아니고 여야를 넘나드는 역대정부를 거치면서 형성된 정책들인데 마치 자신들은 아무 책임도 없고 공만 있다는 내용의 축사를 들으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의 큰 방향에 동의를 한다면 그러한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이유로 수립이 되었는지 설명해 주는 것이 도리일 텐데 우리는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면 그런 올바른 얘기를 하지 않아 국민들이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를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야당의 극한투쟁을 보면서 저 분들이 국정을 운영해 보지 않아 사정을 모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했었는데 그 이후 수차례에 걸친 여야 정권 교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펼치는 기대 밖의 행태를 보노라면 너무 실망스럽다. 자신들이 국정을 운영해 보아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서로 도움이 될 것임을 알 줄 알았더니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세부적인 것까지 들쳐 내 상대방을 비난 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언젠가 자신들이 국정을 운영할 때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국정운영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는데 목전의 이익에 급급해 금도를 깨는 모습은 안타깝다.

필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나 과거 역사 속의 정치는 왠지 멋이 있었다. 유머가 있고 정이 있었다. 상대방을 비판할 때도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간접적인 화법을 전개해 타협할 여지를 남겨 두었다. 그리고 정치인 각자의 개성도 지금보다는 뚜렷했던 것 같다. 정치에 인간미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는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역겹기까지 하다. 유머도 없고 관용도 없고 오로지 정권 투쟁에 목을 매고 있는 것 같다. 

정치 제도적 모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치인 개개인의 자질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소신이 없다. 당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했다가 혹시 공천을 못 받을까 봐 또 아무리 옳다고 해도 대중의 기대에 반하는 말을 하면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소신 발언을 못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정치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애처롭다. 한미FTA 비준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할 때 극소수지만 야당의 정치인이 한미FTA 비준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히는 것을 보면서 용기 있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인들은 그런 사람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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