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8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직장에서 승진을 한다’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하는 하는 삶의 모습인 줄 알았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자기 개발을 위해 밤에는 늘 책을 펴 들었다.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10년 전 쯤 어머니가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돈으로도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수필가 이은희(47·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씨가 글과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딸아이의 백일장에 갔다가 기다리는 시간에 수필을 한 편 써서 냈는데 그 글로 은상을 받게 됐다. 몇 개월 뒤 전국 소년소녀가장 생활수기 독후감 공모에서 학부모부 금상을 수상하게 됐고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

즐겁게 시작한 글쓰기로 여러 공모전에 입상했고, 수필 ‘검댕이’는 동서커피문학상 전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겨줬다. 이 상으로 월간문학 등단의 자격을 얻게 됐다.

등단작가의 이름을 얻고 나서 이 수필가는 더 열심히 글을 썼다. 직장생활과 부모님 봉양, 자녀양육으로 바쁜 시간이었지만 밤늦은 시간까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2004년 등단이후 최근까지 4권의 수필집을 출간했을 정도로.

8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수필 ‘무’는 이 수필가에게는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매개물이자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존재다.

서민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무’를 소재로 한 이 수필은 농부의 정성과 기름진 토양 덕분에 자란 무가 그 성장배경을 모르고, 다른 식품으로부터 흡수한 자양분이나 맛까지 온전히 제 것인 양 과시하는 것은 마치 부모덕에 태어나고 자란 인간이 그 은혜를 잊고 효를 저버리는 것과 같다는 내용이다.

이 수필가는 자신의 혀가 기억하고 있는 생선조림과 김치, 동치미 속에 든 무의 ‘남다른 맛’을 어머니의 손맛과 연결,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모정에 대한 그리움을 촉발한다. 무와 인간의 내부에 잠재된 공통성인 이기심을 노출시켜 효 문화가 사라진 사회풍조에 일침을 가한다.

이 수필가는 “‘열심히 생활하는 것 자체가 수필’이라고 여기고 분주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글감을 곰삭혀 작품을 발표해 왔다”며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도시의 섬을 떠나지 못하는 용기가 없는 파수꾼이지만, 등대처럼 한 줄기 빛이 되고 싶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일상에서 지은 시시한 글이지만 단 한 사람에게라도 힘이 되고 위안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1967년 청주 출생으로 충북대 경영대학원과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수필집 ‘검댕이’ ‘망새’ ‘버선코’ ‘생각이 돌다’가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청주문인협회·충북수필문학회·충북여성문학회 회원과 계간 ‘에세이포레’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원 상무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가족으로 남편 강영일(47)씨와 1남1녀.
▶글·사진/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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