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새누리당으로 공을 넘긴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공천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9월 정기국회 개회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내년 6.4 지방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정당공천제 존폐 여부에 대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당론을 결정하지 않는 등 미적대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기국회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문제가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낮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 등의 내란예비음모 혐의 수사라는 대형 이슈가 터진 만큼 국회가 공천제 문제 등 정치개혁안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치를 새로 바꾸는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지만 각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대다수 국민의 염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지방분권전국연대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당공천제 폐지 대선공약 이행을 강력 촉구 중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해 대선 때 박 대통령이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실천하기 위해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언급한 사안이며, 국민의 70%가 찬성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더욱이 정당공천제로 인한 폐해도 결코 적지 않다. 공천금은 이미 관행화됐고, 공천헌금이 자치단체장의 비리와 부패의 동인이 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앙당과 지역구 국회의원만 쳐다보는 후보들의 행태는 지역 유권자들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지방행정이 중앙에 예속되면서 무늬뿐인 지방자치로 전락했다.
특정정당 독점 구도로 정당공천제가 야기한 부작용이다. 일당 독점의 정치지형은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는 문제점과 함께 지방의회의 자치단체장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폐허를 안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란 멍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묘한 기류가 당내에 흐르고 있어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새누리당 분위기는 지난 7월 말 최고위원회에서 고개를 들었다. 정우택 최고위원이 대의민주의 원칙에 어긋나며 정치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주장한 이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이미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 약속이다.
정당공천제 폐지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여성과 20~30대 젊은층, 장애인 등의 정치참여 기회 축소와 후보 난립현상, 지역 토호세력의 유리 등의 문제는 얼마든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더 이상 시간을 끌면 공천제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다는 편협한 정당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답게 이번 정기국회에서 확실히 매듭짓는 결단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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