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 단국대 교수, 일제강점기 자료집 출간

대한민국 최초의 잡지라고 할 수 있는 '독습 일어잡지'(사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재영 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국어교육 조교수가 발굴한 '독습 일어잡지'는 1905년 4월에 창간호가 발간됐다.

종전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잡지로 알려진 것은 육당 최남선이 1908년 11월에 발간한 '소년(少年)'이다.

경성학당 내에 존재했던 일어 잡지사에서 발행한 '독습 일어잡지'는 '소년'과 비교하면 발간 시기가 3년 7개월여 앞선다.

허 교수는 "'독습 일어잡지'는 '잡지'라는 명칭을 가진 한글 발행본으로는 최초가 맞다"면서 "1896년 대한국유학생친목회가 발간한 '친목회회보'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잡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물상에서 '독습 일어잡지'를 찾았다는 그는 "이 잡지가 이제야 발굴된 것은 경성학당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실제로 경성학당에 관한 논문을 2편밖에 찾지 못했다"고 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1896년 4월 15일 설립돼 1906년까지 지속한 경성학당은 설립 당시에는 '조선에서의 교육 보급'을 구호로 내세웠으나 근본적인 목적은 일본 자본의 조선 진출에 있었다.

경성학당은 설립 초기부터 일본어를 주요 과목으로 설정하고, 이른바 신지식과 관련한 교과목을 대부분 일본어로 가르쳤다. 그뿐만 아니라 신문 종람소를 설치하고, 일어 잡지사를 둬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일본어 보급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허 교수는 "'독습 일어잡지'는 1905년 4월 창간호가 발행됐으며, 몇 호까지 발행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하지만 이 학교가 1906년까지 존재했으며, 그해 12월에 제8호가 발행된 것으로 볼 때 통권 8호까지 발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잡지의 발행 의도는 제1호와 제2호 목차 다음에 실린 '주의(注意)'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 잡지는 '일본말을 혼자 배우는 사람'을 위해 발행한 것으로, 근대 계몽기 일본어 보급 정책과 보급 운동이 조선인 스스로 일본어를 배우도록 유도하는 데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 잡지는 경성학당을 중심으로 일본 자본의 조선 진출 과정에서 일본어 보급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를 실증할 수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독습 일어잡지'를 도서출판 경진을 통해 일제강점기 자료집 시리즈의 하나로 내놨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교과서인 '이과서·농업서', 한일강제병합 전인 통감시대(統監時代·1905∼1910) 법률학교용 교과서와 경성 관동서국에서 발행한 법률서를 엮어 '경찰학·주해 형법전서'도 함께 펴냈다.

그의 저서로는 '일제강점기 교과서 정책과 조선어과 교과서'(2009), '통감시대 어문교육과 교과서 침탈의 역사'(2010), '일제강점기 어문 정책과 어문 생활'(2011), '조선 교육령과 교육 정책 변화 자료'(2011), '일본어 보급 및 조선어 정책 자료'(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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