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관련 혐의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체포동의요구서에 적시된 내용을 보면 이 의원은 지난 5월 'RO(Revolutionary Organiztion·혁명조직) 회의와 각종 모임에서 RO 조직원들에게 전쟁에 대비한 준비를 지시했다. 이 의원은 또 조직원들에게 대한민국 국회를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언급했는가 하면 '한 자루 권총 사상'과 '볼셰비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철탑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키면 그야말로 쟤들(국가기관 등 지칭)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한 것으로 돼 있다. "한 자루 권총이 수만 자루의 핵폭탄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고 비유된 한 자루 권총 사상은 북한의 무력투쟁을 상징하는 것이다.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 매뉴얼에 대한 발언도 했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이런 혐의 내용이야 앞으로 본격 수사와 재판에서 사실관계가 보다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껏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 보더라도 가히 충격적이다. 더욱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다.'
수사당국은 'RO'에 대해 이 의원이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입각해 남한 사회주의 동맹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반국가단체인 민혁당 조직원들과 주체사상 추종자들을 규합해 만든 지하혁명조직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조직원들이 이 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편지 57통을 압수했으며 "민혁당 잔당들이 RO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점 등으로 미뤄 RO와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연계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이처럼 종북 혐의가 적시된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열린 선대본부 해단 식에서는 "2014년 광역, 2016년 총선에서 제1 진보야당을 구성하고 2017년이야말로 진보집권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올리자는 전략적 방향을 세운 바 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같은 발언은 국회를 교두보로 삼아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종북세력의 집권 구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진보세력마저 이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은 이런 황당하고도 납득할 수 없는 행태와 발언 때문이라고 본다. 이 의원은 그러고도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대표를 자임하기보다는 국민 앞에 사실을 털어놓고 사죄하는 심정으로 당국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옳다.'
내란 음모·선동, 반국가단체 활동 찬양·동조 혐의를 받는 종북 세력이 '진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걸고 국회라는 합법적 공간에서 국가의 주요한 기밀 자료를 다루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온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이들과 손을 맞잡고 야권연대를 소리 높여 외친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어정쩡한 거리두기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지금은 같은 편에 서 있으면 불리하니 멀리했다 선거 때만 되면 세불리를 극복하겠다는 단순논리로 가까이 다가가는 정치 공학적 계산에 앞으로도 집착하는지 국민들은 냉정하게 지켜볼 것이다. 수사당국은 RO 핵심 조직원들이 수차례 방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다 "진보당 의원 2명과 보좌관들도 RO 조직원"이라고 한 만큼 관련 의혹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나아가 국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은밀히 활동하고 있는 반국가적 종북세력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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