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서양화가) 작, ‘A  Universal truth’


이 가을엔 사소한 갈등은 접어두자

김묘순(옥천문협회장, 수필가)

낚시를 한다.
바다낚시에 마음이 파도처럼 출렁인 것도 잠시, 바다의 아름다움은 뒷전이고 그 위로 출렁일 바다의 깊이가 무서워졌다. 그러나 “무섭지 않으리라”는 일행의 위로를 벗 삼아 바다로 따라나선 것이다.
내 낚시에는 입질도 없다.

기다렸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기다려봤다. 그러나 허사였다. 갯지렁이는 퉁퉁 불어서 희멀건해졌다. 낚싯줄이 짧다는 진단을 내린 일행 중 한 명이 줄을 길게 늘여주고 밥도 새우로 바꿔주고 간다. 그래도 감감 무소식이다. 다섯 살배기 아이에게도 걸리는 고기가 내 낚시만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고기들의 외면이 고마웠다고 해야 옳다. 사실, 처음부터 나는 내 낚싯줄에 고기들이 걸려들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고기가 내 낚시에 걸려 파닥거리면 어쩌나? 불쌍하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내 낚시에 걸렸던 고기를 생각할 것이고, 나 때문이라는 자책감과 괴로움에 시달릴 것이다.

이러한 생각도 잠시 낚이지 않는 고기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나도 한 마리 낚아 올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환호와 부러움을 사고 싶었다. 이렇게 ‘낚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한 마리 ‘멋지게 낚여줬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서 나는 종일토록 그네를 탔다.

남이 잡은 고기는 맛있게 먹을 것이며, 내 손에 고기는 낚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위선 앞에서 멀미를 해댔다. 온종일.

손을 놓고 먼 수평선에 허리를 기대었다.

거기엔 하늘이 뿌연 구름을 이고 침묵하고 있었다. 나를 향한 어리석음에 대한 침묵을 무겁게 내려놓고 있는 것만 같았다.

뿌연 침묵 속에 가을이 나를 안고 걸어 나왔다. 그리고 속삭였다.

‘이 가을엔 사소한 갈등은 접어두자’고.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