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난항·주민반대 ‘첩첩산중’

태생산업단지 조감도충북도와 음성군이 추진 중인 태생산업단지 조성이 ‘안개 속’에 빠졌다.
지난 2005년부터 8년 동안 추진한 국가산업단지 지정이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음성군은 규모를 축소해 일반산업단지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반대가 심하고, 충북도 출자기관인 충북개발공사도 참여를 꺼려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동양일보는 그동안 태생 국가산단 지정 추진 과정과 충북도·음성군·지역주민들의 입장 등을 살펴봤다.

●국가산단 조성 개요
충북도와 음성군은 2005년 12월 당시 건설교통부의 ‘중부내륙광역권 개발계획’이 나오자 금왕읍·대소면·삼성면 일원 1050만㎡에 2015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태생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 계획을 세웠다.
에너지자립, 탄소중립, 폐기물제로 산업단지로 조성해 신·재생에너지 부문 RD&D, 소재·부품·모듈·제품 등을 중심 업종으로, 연관 전기·전자기기·IT·에너지 업체를 연관업종으로 유치할 계획이었다.
토지이용계획은 생산시설 462만9000㎡(44.1%), 주거시설 143만3000㎡(13.6%), 상업시설 13만3000㎡(1.3%), 지원시설 79만1000㎡(7.5%), 공공시설 152만3000(14.5%), 녹지 및 공원 199만1000㎡(19.0%) 등이다.
충북개발연구원(현 충북발전연구원)은 2009년 5월 타당성 분석을 통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상 국가산단 요건인 국가 기간산업 육성과 낙후개발 촉진에 부합하며, 신국토 패러다임의 성패가 걸린 동서 내륙축 활성화의 잠재적 거점으로도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부내륙지역(진천·증평·괴산·음성) 산업지대 광역 공업용수 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태생 국가산단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생 국가산단이 조성될 경우 생산유발효과 2조7625억원, 고용유발효과 2만2542명, 세수유발효과 21억800만원(이상 투자에 의한 효과)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으며, 연간 운영 효과는 생산유발 3조816억원, 고용유발 2만5145명, 세수유발 23억52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지정 불가
태생산단위치도태생 국가산단은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 청주국제공항 수도권 전철 연장 등과 함께 충북의 3대 현안으로 꼽혀왔던 사업이다.
도는 지난 2009년 6월 국토부에 국가산단 조기 지정을 건의했으나 회신은 받지 못했다.
지난 2010년에 접어들면서 정부 실무부처에서 ‘연구용역중’이라는 이류로 진척이 늦어지더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올 4월에는 정부가 대놓고 국가산단 추가지정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최근 5년 동안 산단이 많이 지정돼 과다 공급이 우려되고 있어 산단 수급안정을 위해 추가적인 대규모 신규 국가산단 지정은 곤란하다”는 이유로 태생 국가산단 지정 불가를 통보했다.
전국의 19곳에서 국가산단 조성을 신청, LH공사는 2010년 7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이들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모두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SK건설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아 2012년 8월 24일 국토부에 제출했으나 10월 29일 ‘국가산단 지정 부적합, 필요시 일반산단 추진’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도는 지난 4월 5일 국토부에 태생 국가산단 지정을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일주일 뒤 ‘국가산단 지정 불가’라고 회신을 보냈다.
정부는 태생 국가산단과 관련 “기본적으로 국가산단 조성을 위해 안정된 시행사가 있어야 한다”며 “기존의 LH공사 등 대규모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곳은 이미 목이 찼고, 지자체가 내놓을 만한 시행사도 없는 상태에서 국가산단 지정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태생 국가산단 조성계획은 공식적으로 폐기되고 말았다.

●충북도-음성군 책임 공방
음성 태생 국가산단 지정 무산과 관련, 충북도와 음성군 사이에 ‘책임공방’이 펼쳐지는 등 파열음을 냈다.
이필용 군수는 태생산단의 국가산단 지정이 무산된 데는 충북도가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 도는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이필용 군수는 “충북도가 충주경제자유구역과 오송역세권 개발 등 지역 개발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음성의 역점사업인 태생산단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윤재길 도 경제통상국장은 “태생산단을 국가산단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숱하게 요청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정부방침 때문에 좌절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국장은 태생산단과 관련한 도의 대정부 건의 사례를 전면 공개하고 나섰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도는 2010년 2월 9일과 2011년 4월 6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오창 LG화학 등 충북을 방문했을 때 국가산단 조기 지정을 요청했다.
또 지난해 10월 18대 대통령 후보 공약사업 반영을 건의한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올 1월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찾았을 때도 같은 내용을 재차 건의했다.
지난 2010년 10월 15일 18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와 2011년 7월 9일 18대 지역 국회의원 간담회, 2012년 4월 27일 19대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간담회 때 국가산단 지정을 요청하는 등 청와대와 국회, 해당 정부 부처에 조기 지정을 건의한 것만 30차례가 넘었다.
지난 8년 동안 답보 상태였던 태생 국가산단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에도 포함되지 않아 추진동력마저 잃고 말았다.  

●일반산단 전환 추진
국가산단 지정이 결국 무산되면서 음성군은 일반산업단지로 전환해 조성키로 방침을 세웠다.
군은 대소면 금왕읍 일원 390만㎡에 6150억원(국비 524억원, 민자 5626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태생일반산단을 조성할 계획이다. 당초 규모(1050㎡)보다 3분의1이 줄었다.
군에 따르면 군과 SK건설(주)·토우건설(주)이 특수목적법인 태생일반산업단지(주)SPC를 2014년 10월 중 설립해 우선적으로 264만5000㎡를 개발하고 나머지 125만5000㎡는 충북개발공사와 협의를 통해 개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군은 충북도와 음성군, SK건설, 토우건설 등 4개 기관·업체가 참여하는 공동사업협약서(안)를 마련하고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협정 내용은 △충북도 행정지원 △SPC 설립 전 협약해지 시 투입비용 50% 책임 △자금조달에 대한 미분양용지 매입확약 △지원 사업비 예산확보 음성군 지분출자 △일방적 협약 미행시 손해배상 및 SK건설과 토우건설 책임준공 △공사도급계약 87% 내·외 책임 등이다.
군은 체결·협정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주민공청회를 실시한 후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또 군의 지분출자, 자금조달 등 미분양용지 매입확약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문기관에 출자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키로 했다.
군은 6일 SK건설(주), 토우건설(주), 한국투자증권(주)과 태생산단 조성 협약을 했다. 이 협약에 따라 군과 이들 기업은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산단 조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SK건설과 토우건설은 사업추진에 필요한 용역, 건설공사 등을 담당하고 한국투자증권은 사업자금 대출 등 금융지원을 맡게 된다.
군은 SPC 자본금의 20~24%를 출자하는 형식으로 이 법인에 참여키로 했으며, 이 법인의 자본금은 5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조만간 태생산단 조성 타당성 용역에 들어가 내년에 산단 승인을 받은 뒤 2015년 보상과 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군이 계획하는 산단 전체 면적 390만㎡ 가운데 이번 협약에서 제외된 125만㎡의 개발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군이 나머지 부지의 개발 사업자로 기대하는 충북개발공사가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충북도 출자기관 참여 ‘난색’
충북도는 음성군이 일반산단 조성계획을 입안해 승인을 신청하면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음성지역 일부 주민들의 반발 등 민원이 있는 점을 고려해 주민설명회와 간담회 등 행정절차를 거쳐 종합 검토할 계획이다.음성군 대소면 성본리와 유포리 주민들로 구성된 산업단지 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달 5일부터 군청 앞에서 태생산단 개발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삶의 터전을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군과 건설회사에 그대로 내줄 수 없다”며 “군이 산업단지 개발 포기를 선언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음성군의 출자기관(충북개발공사) 참여 요청에 대해선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재길 도 경제통상국장은 “개발공사는 오송2산단과 오창2산단, 제천2산단, 보은산단, 진천신척산단 등 여러 개발 사업을 추진하느라 여력이 없다”며 “부채비율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 힘들다”고 밝혔다.
충북개발공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400%선이고, 내년 부채비율 목표는 280%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정부에서 2015년 이후 일반산단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진입로 개설과 폐수종말처리장 건설, 공업용수 개발 등의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하면 산단 조성에 어려움이 커 중단 이전에 본격 착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국장은 “국토부 등 정부부처에 여러 차례 문의한 결과 정부의 SOC사업예산 축소 방침에 따라 산업단지 기반시설사업에 영향이 미칠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문제는 검토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주민 반대 ‘걸림돌’
음성군이 일반산단으로 추진키로 방향을 선회했으나 충북개발공사의 참여가 어려운데다 주민들이 적극 반대하고 나선 것이 ‘걸림돌’이다.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와 유포리 주민들로 구성된 산업단지 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달 5일 군청 앞에서 태생산단 개발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하루 5~6명이 조를 이뤄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퇴근하는 오후 6시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사업 예정지 주민들이 1개월이 넘도록 산단 개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삶의 터전을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군과 건설회사에 그대로 내줄 수 없다”며 “군이 산업단지 개발 포기를 선언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필용 군수는 차기 선거를 위해 주민생존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난개발을 이유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것은 군수 아집과 주민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고추와 참깨 등을 수확하지 못해 애를 태우면서도 산업단지 개발 저지만이 후손들이 살길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음성군은 주민들의 생존권은 뒤로 한 채 일반산업단지로 전환해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대주민대책위는 군의회의 협조를 구하고 나섰다.
지역주민 20여명은 지난 달 20일 군의회 의원 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소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군의회 차원에서 태생산단을 반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주민 의견만 듣는 자리가 돼 앞으로 이 군수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대한 의회의 입장 표명이 주목된다.
<서관석·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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