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평생 시인으로 살아왔지만 시 쓰는 일을 한 번도 명예로 삼지 않았던 조철호 시인. 그의 두 번째 시집이 발간됐고, 그 출간축하모임은 참석자 모두가 행복한 ‘작은예술제’로 마련됐다.
조철호(70) 시인의 시집 ‘다시 바람의 집’ 출간을 축하하는 ‘작은예술제’가 9일 오후 3시 청주 선프라자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충북출신으로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신경림·이상범·오탁번 시인 등 원로 문인과 이시종 충북지사, 이기용 충북도교육감, 한범덕 청주시장, 강형기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비롯한 내빈 700여명이 참석해 조 시인의 시집 발간을 축하했다.
‘작은예술제’는 오호준 충북연예예술인협회장의 트럼펫 독주 ‘평화의 나팔소리’로 막이 올랐다. 트럼펫의 경쾌한 리듬과 절도 있는 소리가 이번 시집의 느낌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충북예총 5중주단(바이올린 김성현·이부경, 비올라 강문규, 첼로 임슬기, 피아노 김보미)이 바수니스트 신수정씨와 협연으로 ‘헝가리안 무곡’을 선사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신경림·이상범·오탁번 시인이 무대에 올라 조 시인에게 전하는 덕담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신경림 시인은 “조철호 시인은 처음 만난 건 그의 시를 통해서였다. 제목은 잊었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지금껏 남아있다”며 “시는 좀 부족하고 못한 사람이 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조 시인을 보면서 유능하고 잘난 사람도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문학사에 큰 점으로 남긴 바란다”고 전했다.
이상범 시인은 “‘다시 바람의 집’을 읽으면서 조 시인이 언론인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항상 시를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 그의 더 좋은 시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탁번 시인도 “여느 시인들에 비해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시집 발간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것을 보면서 조 시인이 그간 얼마나 많은 덕을 쌓고 살았는지 짐작이 간다”며 “출세하면 사람을 깔보기 쉬운데 조 시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무대는 (사)한국시낭송전문가협회 소속 시낭송가들이 무대에 올라 조 시인의 시 ‘바람가라사대’(박종순·박영순 시낭송가)와 ‘다시 바람의 집’(권영희·장경미·허지영 시낭송가)을 낭송해 시 듣는 즐거움을 전했다.
조 시인과 각별한 정을 나누는 기관장들의 축하메시지도 그가 얼마나 열심히 시를 쓰는 시인지를 짐작케 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시인으로서 조철호 회장을 만난 것은 1998년 충주에서 개최된 명사시낭송회에서였다. 조 시인 덕분에 처음 시를 낭송했고, 그 즐거움을 알게 됐다”며 “희망과 갈망 등을 의미하는 바람처럼 희망을 갈구하는 조 시인의 시집 발간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무대에 올라 조 시인의 시 ‘깨달음’을 낭송한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은 “젊은 시인의 시가 청청하다면 원로 시인의 시는 멋스럽고 은근하게 녹아있는 기품이 느껴지는데 조 시인의 시가 그렇다”면서 “주말 내내 조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의 삶의 혜안과 꿈을 훔쳐보는 호사를 누렸다. 더 오래 조 시인의 시를 읽고 싶다”고 말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조 시인은 수습 사무관 시절부터 늘 가르침을 주는 선배로 각별한 인연이 있다”면서 “‘고향을 지키는 파수꾼’을 자처했던 조 시인께 항상 고맙고 선배로, 시인으로 더 오래 그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강형기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의 속살은 예술이고, 예술의 속살은 문학이다. 그 문학의 속살은 시인’이라는 말을 조 시인께 들은 적이 있다”며 “그 이후 시의 한 구절구절이 한 편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 시인이 많은 사람들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좋은 시를 자주 만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 시인은 “‘시’는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큰 기둥이었다”며 “24년 만에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며 시인으로, 신문기자로, 충북예총 회장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1945년 청주에서 출생한 조 시인은 청주고와 청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충청일보·합동통신 기사와 연합통신 취재반장·충북지국장을 거쳐 동양일보를 창업했다. 1978년 월간문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 시집 ‘살아 있음만으로’와 장편 여행에세이집 ‘중국대륙 동서횡단 2만5000리’, 중국어판 ‘들끓는 중국’이 있다. 충청북도문화상과 중국 장백산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충북문인협회장과 충북예총 회장을 지냈다. 현재 동양일보 회장으로 한국시낭송전문가협회와 충북예총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김재옥·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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