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길(논설위원, 소설가)

 이제는 노년에 접어든 이들의 아련한 추억 속에나 남아있을 동요 ‘오빠생각’에는 세 종류의 새가 나온다. 뜸부기와 뻐꾸기, 기러기다. 이중 뜸부기만 텃새고, 기러기와 뻐꾸기는 철새다. 동요에 나오는 3종의 새는 ‘서울 가신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동생의 간절한 그리움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 속에 낭만의 새로 존재한다. 그러나 뻐꾸기는 그 생태를 알고 보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새다. 야비하고 간교한 새다. 낭만과도 거리가 먼 잔인한 새다. 
 뻐꾸기는 중국 인도의 남부지역과 필리핀 등지에서 겨울을 나고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여름철새다. 5월~8월의 산란기가 되면, 어미 뻐꾸기는 다른 텃새의 둥지에서 알을 밀어 떨어뜨리고 제 알을 낳는다. 남의 둥지에 잠입, 생존권을 강탈하는 셈이다. 뻐꾸기의 간계를 모른 채, 보모가 된 어미 새는 자신의 알과 뻐꾸기 알을 함께 품어 부화시키고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키운다. 그러나 덩치가 큰 뻐꾸기 새끼는, 부화되지 않은 다른 새의 알과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 둥지와 먹이를 독차지한다. 본의 아니게 뻐꾸기 새끼의 보모가 된 어미 새는, 제 새끼들의 참변사실조차 모른 채 뻐꾸기 새끼를 열심히 키운다. 보모 새 덕에 자란 뻐꾸기 새끼 또한 제 어미의 행태를 반복하는 건 물론이다.
 통진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이석기. 그의 행태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등장, 정가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알려진 그의 행적을 보면, 분명 뻐꾹새의 생태를 타고났고, 뻐꾹새처럼 살아 온 처지인데, 아직도 그는 같은 뻐꾸기들의 영웅으로, 불변의 우두머리(首)로 기고만장이다. 그가 엎어버리려고 한 이 나라가 그를 먹여 살렸고, 그가 외장치며 나부댄 이 나라 정치무대가 그를 키웠으며, 그가 짓밟고 뭉개 온 이 나라의 법이 그를 보호해 줬기 때문이다.
 선거철이 되면 군소정당을 끌어들여 세 불리기에 바빴던 정치마당이 이석기와 같은 종북 좌파들이 뻐꾸기로 부화하는 둥지가 돼 줬던 셈이다. 민노총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일부세력이 합친, 이른바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일파의 부화장이었다면, 연리지락(連理枝樂)의 꿈을 안고 손을 잡았던 민주통합당과의 총선연대가, 그 덩치를 키워 준 멍석인 된 셈이다.   총선연대 후, ‘덩치 큰 민주당이 작은 통진당에 끌려 다닌다.’는 당내 불만이 터져 나올 만큼, 민주당은 득 본 게 없지만, 통진당은 당당한 야권세력으로 널찍한 멍석자리를 차지했다. 비례대표6석을 포함, 13석의 의원을 확보한 제3당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고도 통진당의 간계는 멈추지 않았다. 비례대표 부정경선으로 뻐꾸기근성을 십분 발휘, 국민참여당계와 진보신당계를 둥지에서 밀어내고 당권을 장악했다. 그 덕에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석기 일파의 거창한 흉계가 날개를 달 판이었는데, 천만다행으로 꼬리가 잡혔다. 이석기의 흉계가 입증되어 처벌은 물론, 의원직을 상실한대도 그 자리를 승계할 인물도 개운치 못한 존재다. 간첩혐의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인물이 당당히 국회에 입성하는 걸 현재로선 막을 길이 없다. 내란음모자의 의원직박탈에도 여야의 합의가 어렵다. 그렇게 위험한 인물들의 부화둥지가 돼 준 정당에, 국민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당 후보들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며 세비도 줬다. 국가가, 부화한 뻐꾸기 새끼에게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준 보모 새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도 종북 좌파들의 멍석자리를 넓혀준 이들은 책임을 외면하고, 흉계를 포착하고 혐의자를 잡아 낸 정보기관에 박수를 보내기는커녕, 엉뚱한 사유로 손발을 묶으려는 이들이 목청을 돋운다. 이석기일당의 혐의에 어떤 판결이 나올지, 일반 국민은 모른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의 행각만으로도 그가 국회에 발을 붙여서는 안 되고, 그 추종자들이 공직에 몸담고 기생하도록 놓아둬서도 안 된다. 창당초기의 합류세력을 내쫓고 둥지를 독차지한 통진당, 그 안에는 아직도 숱한 진종뻐꾸기들이 똬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둥지자체를 없애지 않으면 ‘뻐꾸기 박멸’은 구두선일 뿐이고, 저들은 그걸 ‘농담’으로 여길지도 모른 다.  
 남의 둥지에 제 알을 낳는 어미뻐꾸기의 간계, 자신을 부화하고 키워준 둥지주인의 새끼를 죽이고 먹이를 독차지하는 뻐꾸기 새끼의 잔인함은, 유전에 의한 생래적 습성이다. 이 땅에 잠입, 기생하는 친북좌파의 생리가 뻐꾸기와 꼭 닮았다.이 땅의 뻐꾸기들을 잡아 낼 정보, 공안기관에 어설픈 잣대를 들이대고 폄훼하는 것은, 손을 베었다고 칼을 없애라는 것과 다름없다. 뻐꾸기의 번식이 왕성할수록 텃새의 번식이 어려워진다는 건 생태계법칙인 동시에, 우리들 자신의 생존법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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